실시품(實示品) 34장

대종경(大宗經)

제12 실시품(實示品) 34장

총부에서 기르던 어린 개가 동리 큰 개에게 물리어 죽을 지경에 이른지라 그 비명 소리 심히 처량하거늘, 대종사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생명을 아끼어 죽기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일반이라.] 하시고, 성안에 불쌍히 여기시는 기색을 띠시더니 마침내 절명하매 재비(齋費)를 내리시며 예감(禮監)에게 명하사 [떠나는 개의 영혼을 위하여 칠·칠 천도재를 지내 주라.] 하시니라.

★★★★★★★★★★

예감[禮監]

원불교에서 주관하는 종교적 의례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사람. 중앙총부에서는 예감제도를 운영하며, 각 교당에서는 교무가 예감이 되어 의례를 집전한다.(원불교대사전)

천도재[薦度齋]

(薦 천거할 천, 度 법도 도 齋 재계할 재)

열반인의 명복을 빌고, 영가(靈駕)로 하여금 악도를 놓고 선도로 진급하도록 기원하는 의식. 천도재는 보통 열반 후 7일만에 초재를 지내고 2재에서 6재를 거쳐 마지막 7재인 49일에 종재(終齋)를 지낸다. 그러나 열반한지 오래된 경우에 지내기도 하고, 업장이 두터워 보이는 영혼에게는 수차례 특별 천도재를 지내기도 한다. 재를 주관하는 법사의 법력이나 유족 및 참석자들의 정성이 지극할수록 영가가 천도를 잘 받게 된다.(원불교대사전)

★★★★★★★★★★

[생명의 소중함]

<유법원 교무/평화교당>

이 법문의 요지는 총부에서 기르던 개가 동리 개에게 물려 죽으매 생명을 아끼고 죽기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같다 하시며 떠나는 개의 영혼을 위해 천도재를 지내 주라는 말씀이다.

이 법문을 통해 작은 생명도 천도시키고자 하시는 대종사님의 법문은 생명을 경시하는 요즘의 시대 풍조에 크게 울려주는 경종이다.

‘환경·생명·평화’ 이속에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한 생명도 다치지 않게 하려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다.

현대는 과학 기술의 발달과 공업화로 풍요로움과 안락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인간성 상실과 도덕성 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살, 낙태, 생태계 파괴등과 같은 생명경시 현상이 만연하고 있는 현실이다.

생명 경시 현상의 원인은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의 전도로 돈이 되는 것이라면 목숨까지도 담보하는 황금만능주의 사고에서 나타난다. 타인의 생명까지도 자기 삶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현실은 끔찍하기만 하다.

생활고를 비관한 자녀 동반자살, 수능 시험의 결과에 따른 청소년들의 투신자살은 세상을 놀라게 했고 큰 충격을 주었다. 이런 극단적 행동의 배경에는 생명경시와 함께 우리 사회의 크게 빗나간 윤리관이 자리 잡고 있다.

자녀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독립된 인격체로서 이 세상을 힘겨워도 더불어 살아야할 권리가 있으며 그 책임은 부모 자신만이 아닌 사회가 함께 져야할 공동 책임이 있는데도 부모의 소유물로 착각하고 그 책임을 혼자 짊어지려 한데서 기인한 행동이리라.

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오늘날 우리의 교육정책은 학교에서건 가정에서건 성적에 따라 행과 불행이 나누인다. 자살은 스스로의 생명을 살해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한다.

요즘 새만금 갯벌을 살리자는 취지로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소리와 찬성하는 목소리가 뜨거운 감자이다. 갯벌의 작은 생명체들 까지도 어떻게든 살리려 안간힘을 쓰는 상생의 선연들과 자신의 영화를 위해 부모를 형제를 또 무고한 이웃을 죽음으로 모는 상극의 악연들이 공존하는 이 사회는 정말 기괴한 인연들의 삶의 현장이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보면 자연은 인간이 무한이 개발해야할 대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의 생명체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유관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모든 개발도 국민의 생명과 자연의 생태계까지도 염두에 두는 친환경적 개발이 아쉬운 지금이다.

환경론자들은 “모든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개발 작품은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흉기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