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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경(大宗經)/제7 성리품(性理品)

성리품(性理品) 13장

대종경(大宗經)

7 성리품(性理品) 13

대종사 봉래 정사에서 모든 제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옛날 어느 학인(學人)이 그 스승에게 도를 물었더니 스승이 말하되 "너에게 가르쳐 주어도 도에는 어긋나고 가르쳐 주지 아니하여도 도에는 어긋나나니, 그 어찌하여야 좋을꼬" 하였다 하니, 그대들은 그 뜻을 알겠는가.] 좌중이 묵묵하여 답이 없거늘 때마침 겨울이라 흰 눈이 뜰에 가득한데 대종사 나가시사 친히 도량(道場)의 눈을 치시니 한 제자 급히 나가 눈가래를 잡으며 대종사께 방으로 들어가시기를 청하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나의 지금 눈을 치는 것은 눈만 치기 위함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현묘한 자리를 가르침이었노라.]

★★★★★★★★★★

[참 진경은 말과 글에 있지 아니하다.]

<조법전 교무/기흥교당>

대종사 봉래 정사에서 모든 제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옛날 어느 학인(學人)이 그 스승에게 도를 물었더니 스승이 말하되 '너에게 가르쳐 주어도 도에는 어긋나고 가르쳐 주지 아니하여도 도에는 어긋나나니, 그 어찌하여야 좋을꼬' 하였다 하니, 그대들은 그 뜻을 알겠는가" 좌중이 묵묵하여 답이 없거늘 때마침 겨울이라 흰 눈이 뜰에 가득한데 대종사 나가시사 친히 도량의 눈을 치시니 한 제자 급히 나가 눈가래를 잡으며 대종사께 방으로 들어가시기를 청하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나의 지금 눈을 치는 것은 눈만 치기 위함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현묘한 자리를 가르침이었노라."

월초기도를 마치고 교도들과 안성 바우덕이 축제를 갔다. 오랜만에 전통춤과 풍물패의 묘기를 봤는데 군무로 추는 북춤의 진취적이고 힘 있는 기상이 감명 깊었다. 또 외줄타기를 하는 여린 아가씨의 일심재주에 감동을 받았다. 외줄위에서 꽃발을 서거나 공중으로 뛰거나, 왼쪽 오른쪽 걸치기를 하거나 책상다리를 하거나, 모든 동작이 마쳐지면 반드시 줄 위에 사뿐히 멈춰 절도 있는 동작으로 마무리를 했던 점이 인상 깊었다. 마치 성리의 세계가 희노애락에 물들지 않는 것으로, 착 없는 심신작용으로 그 정수를 삼듯이 그 어떤 묘기도 절도 있는 멈추기에 바탕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13장 내용에서 가르쳐 주어도 도에는 어긋난다는 것은 성리의 진경이 언어도단의 입정처이기에 그 어떤 말로도 그 자리에 맞지 않다는 말씀이요, 설혹 성리를 깨친 분의 법문이라 할지라도 참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리품 30장에 대종사께서 하열한 근기를 위하사 한 법을 일렀다는 표현을 한 것이라 생각된다. 말과 글과 생각이 돈연히 끊어진 절대처이기에 가르쳐주어도 도에 어긋날 뿐 아니라 그렇다고 죽은 자리도 아니요, 그 고요한 체성에 만물이 바탕하였기에 만물이 진리의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없으며 유무를 초월해서 여여히 존재하므로 우리의 신앙과 수행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가르쳐주지 아니하여도 도에는 어긋난단 말씀은 스승으로서 제자에게 진경을 열어주고 싶은데 말로써 가르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니, 그렇다고 스승의 도리로써 아니 가르칠 수도 없고 제자에게 스스로 깨달을 것을 촉구하는 자비의 법문이 아니겠는가.

이에 대종사께서는 직접 눈을 치시며 제자들에게 현묘한 자리를 무언으로 가르쳐 주었다.

때로는 말로써, 혹은 글로써, 우주만유의 본래 이치를 가르쳐 주었는데 이제는 몸으로써 무언으로 직접 표현한 것이다. 눈을 친다는 것은 평범한 일상사를 무언으로 보여준 것이다. 현묘한 자리가 이 몸을 떠나서 있는 것이 아니고, 평범한 일상의 육근 동작 속에 현묘한 자리가 둘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그럼으로써 활불의 표본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었고 참 진경은 말과 글에 있는 것이 아님을 가르쳐주었으며, 우리가 말과 글에 떨어지지 않게 해준 자비법문이라 생각된다.

★★★★★★★★★★

[일체의 법과 성인이 나온 자리]

<이양신 교무/만덕산훈련원>

부처님이 말씀하신 무위법과 비슷한 내용이 대종경 성리품 13장에 나와 있다.

대종사 봉래 정사에서 모든 제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옛날 어느 학인(學人)이 그 스승에게 도를 물었더니 스승이 말하되 '너에게 가르쳐 주어도 도에는 어긋나고 가르쳐 주지 아니하여도 도에는 어긋나나니, 그 어찌하여야 좋을꼬' 하였다 하니, 그대들은 그 뜻을 알겠는가." 좌중이 묵묵하여 답이 없거늘 때마침 겨울이라 흰 눈이 뜰에 가득한 것을 보시고 대종사 친히 도량(道場)의 눈을 치우시니 한 제자 급히 나가 눈가래를 잡으며 대종사께 방으로 들어가시기를 청하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내가 지금 눈을 치우는 것은 눈만 치우기 위함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현묘한 자리를 가르침이노라.”

법이라는 것은 추우면 춥고 더우면 덥다고 하는 것이 법이다. 불법이라는 것은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고 잠이 오면 자고 어디에도 착 되지 않고 깨끗한 마음이 법이다. 이 글을 보고 '그럼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불법인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그 장소와 시간과 상황과 경계에 따라 그것에 꼭 맞게 행동하는 것이 법이라는 것이다.

정산종사께서 쓰신 소태산대종사 비명병서에 보면 소태산대종사의 처사는 뇌뇌낙낙하시나 세세곡절의 진정을 통해 주시며, 옛 법을 개조하시나 대의는 더욱 세우시고, 시대의 병을 바루시나 완고에는 그치지 않게 하시며, 만법을 하나에 총섭하시나 분별은 오히려 역력히 밝히시고, 하나를 만법에 시용하시나 본체는 항상 여여히 드러내사라고 대종사의 심법을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여래의 심법은 중생이 보기에는 차별이 있으신 것 같으나 차별이 없으며 또한 그 때와 장소에 꼭 맞게 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삼학공부를 하는 이유이다. 정신수양을 잘하여 불같이 일어나는 마음을 고요히 하고 사리연구를 잘하여 밝은 지혜를 얻어 때와 장소에 맞게 작업취사를 함으로써 늘 법에 맞는 생활을 하는 것이 이 법을 깨달은 것이다.

금강경은 모든 번뇌를 깨뜨리는(能斷一切) 반야의 지혜가 갊아 있는 경전이니 독송에만 안주하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체득하지 못한다면 천만년 금강경을 공부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

[눈을 치우는 대종사]

<정현인 교무/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때마침 겨울이라 봉래구곡에 가득 눈이 내려 천지에 오직 하얀 눈과 소나무만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하였다. 설원의 봉래 정사에서 화롯불을 가운데 놓고 사제가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대종사께서는 옛날 어느 학인에게 너에게 가르쳐 주어도 도에 어긋나고 가르쳐 주지 아니하여도 도에 어긋나니, 어찌해야 좋을꼬하였으니, 그 뜻을 알겠는가하고 물으시었다.

뛰어난 제자들이었던 좌중은 묵묵하여 답이 없었다. 좌중이 묵묵한 것은 법에 맞았다. 대답하여도 도에 어긋나고 대답하지 아니하여도 도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던가.

이 때 대종사께서는 뜰로 나서신다. 이는 묵연(默然)과 파적(破寂)의 절묘한 연출이다. 좌중의 묵묵함은 진공이라면 대종사의 뜰에 나섬은 묘유의 소식이다. 대중이 방안에서 묵연함도 대종사께서 내려섬이 없이 한 계단 내려서서 뜰에 나서심도 딱 맞는 법신의 메아리다.

이때에 한 제자가 나서서 급히 눈 가래를 잡으며 대종사께 방에 들어가시기를 청한 것이 완성된 그림에 사족의 격이요, 깨끗이 쓴 바닥에 티끌을 도로 깐 꼴이 되었다.

눈 가래를 잡으신 대종사의 모습은 선가로 치면 임제와 더불어 어깨를 겨뤘던 덕산을 연상케 한다. 덕산의 곁에는 언제나 튼튼한 몽둥이()가 있어 문답 중에 사정없이 30대를 후려쳤다. 그는 하루 대중들을 향하여 말하였다. “여기에서 묻는 사람은 그르칠 것이며 묻지 않는 사람은 어긋날 것이니 어찌할꼬이 때 한 제자 나와서 절을 하니 몽둥이가 날아갔다. “저는 한 마디도 물은 바가 없는데 무슨 허물이 있어 몽둥이질을 하십니까?” 덕산은 말한다. “너의 입 열리기를 기다릴 것은 뭐냐.”

만약 대종사가 덕산류(德山?)의 스승이라면 눈 가래를 잡아 제자를 사정없이 내려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비심 넘치는 봉래정사의 스승께서는 한 말씀을 덧붙이는 것으로 제자를 살리셨다. “나의 지금 눈을 치는 것은 눈만 치기 위함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현묘한 자리를 가르침이었노라.”

공적과 영지, 불변과 변의 소식을 흰 눈 속의 풍경화로 연출하던 대종사는, 눈 가래를 잡은 한 제자에게 자비심을 발휘하심으로써 풍경화를 다시 멋진 표구로 장식하신 것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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