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9 일요일 법인성사 50일 정진기도 50일차>
대종경(大宗經) 제6 변의품(辨疑品) 9장
전주의 교도 한 사람이
천주교인과 서로 만나 담화하는 중
천주교인이 묻기를
[귀하는 조물주를 아는가.] 하는데
그가 능히 대답하지 못하였더니,
그 사람이
[우리 천주께서는 전지전능하시니 이가 곧 조물주라.]고 말하는지라,
후일에 대종사께서
그 교도의 보고를 들으시고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그 사람에게 다시 가서, 귀하가 천주를 조물주라 하니 귀하는 천주를 보았느냐고 물어보라. 그리하여, 보지 못하였다고 하거든 그러면 알지 못하는 것과 같지 않느냐고 말한 후에, 내가 다시 생각하여 보니 조물주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귀하의 조물주는 곧 귀하요, 나의 조물주는 곧 나며, 일체 생령이 다 각각 자기가 자기의 조물주인 것을 알았노라 하라. 이것이 가장 적절한 말이니 그 사람이 만일 이 뜻에 깨달음이 있다면 바로 큰 복음이 되리라.]
{대종경} 제6 변의품 9장
당신은 조물주를 만났는가.
매주 교당에 와서 성리공부를 하는 몇몇의 천주교인들이 있다. “귀하는 조물주를 본 적이 있는가?” 공부하는 시간도 다 다르고, 서로 모르는 천주교인들, 조물주를 본 적이 있냐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답을 못하는 건 예상된 반응이다. 의아함과 기대감이 섞인 이들에게 천주님을 만나도록 인도하는 성리공부는 참 의미 있고 멋지다. 일원과 천주님, 조물주가 하나임을 보여주는 시간, 성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겠다.
알지 못하고 천주님을 믿고, 모르면서 하나님을 믿고, 만난 적도 없는 부처님을 믿고, 본 적도 없이 일원을 믿는가? ‘미신이 따로 없나니라. 모르고 믿으면 미신이니라.’ 보지 않았거나 보려는 마음이 없이 그냥 믿는 것이 미신이다. 아무리 다수의 세력이 믿는 고등종교라 칭해도 신앙의 대상을 본 적도 없고 그럴 용의도 없이 그저 믿기만 한다면 성황당 앞에 비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조물주를, 일원을 만나는 것은, 모든 종교인의 처음이자 끝이며 전부다. 조물주는 자성이다. 자성은 너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니다. 자성은 상대가 없으니, 너의 조물주라 해도 맞고 나의 조물주라 해도 맞고 내가 너의 조물주라 해도 맞다. 언제나 조물주, 일원이 생생히 나타나 해결해 가는 것이 대도 정법을 만난 보람과 의미다. 이를 아는 이는 울타리 없이 누구에게든 그 자리를 직관하여 깨닫도록 인도하는 소명을 갖는다. 그것이 대종사와 성자들이 오신 뜻이다. 출가도 재가도 일반인도 천주교인도 기독교인도 없이, 일원을, 조물주를 아는 이는 다 전법사도다.
여기, 조물주를 실제로 만나며 사는 운 좋은 기독교인들이 있다. 조물주와 피조물을 철저히 나누는 이분법적 교리의 한계를 용케도 초월해서 하나님을 직접 만나버린, 조물주가 곧 자신임을 알아버린 기독교인들인 것 같다. 참 교화는 숫자 늘리기가 아님을 깨닫고 종교의 본질에만 충실한 극소수로도 미국 전체에 거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세이비어 교회’ 이야기다. 이들은 나를 완벽히 비워내어 하나님이 들어서게 하는 ‘관상’의 삶을 훈련한다. 스스로 하나님이 돼 살면서 근본적인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 관상은 견성에 견줄 수 있고, 예수의 삶을 사는 것은 성불로 대비될 수 있겠다.
일원이 우주만유며 곧 나임을 깨닫도록 완전무결한 교리로써 견성성불의 탄탄대로를 놓아주셨는데도, 거룩하신 일원상을 저 앞에 따로 설정하고 자기와의 관계를 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가난한 거부장자가 아니고 무엇이랴. 모두가 조물주를 발견해 서로서로 조물주를 모시고 사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이 편만한 용화회상에서는 우주전체가 법당이며, 일체만물이 조물주다.
천주교인들과의 성리 공부는 늘 흥미진진하다. 어느 날 문득 조물주가 눈앞에 생생히 느껴지는 순간, 다른 이들이 그랬듯, 저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체험을 하게 될 터이다. 일체만물과 나의 관계가 훤히 눈앞에 펼쳐 보여지겠지!
그러니 다시 기억할 일이다. 만나지 않고 그냥 믿는다면 하나님이나 부처님이나 천주님이나 법신불이나 성황당이나 갓바위나 오십보 백보(以五十步 笑百步)다.
<송도교당 / 장오성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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