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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공부/마음편지(최정풍 교무)

길을 잃은 곳에서

원기 99년 8월 30일(토요일)

길을 잃은 곳에서

 

“길을 잃어야만 발견되는 길”

그 길을 “길 없는 길”이라고 했나요!

어느새 바람결엔 서늘한 향기가 날리고,

눈부신 햇살이 내 안의 역마의 넋을 깨우곤 합니다.

길 떠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서산대사는 제자 사명에게

“옛길을 따르지 말고 너의 길을 가라” 했습니다.

길이 없는 길을 가라는 스승의 지엄한 가르침은 무엇일까요?

분별심과 집착, 고정관념, 편견 따위로 길들여진 길,

우리는 그 길이 아니면 나의 존재가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해하지요.

그러나 뜻밖에도 그 길을 잃어버린 곳에서

문득 다시 길을 만나게 되지요.

다 놓는 순간에 새로운 길이 열리는

이 역설이야 말로 우리의 삶을 구원하는 불법의 핵심 아닐까요?

소태산 스승님은 “분별심과 주착심이 없는 경지”를 우리의 본성이라 했지요.

그 길은 말과 글의 길마저도 끊어진 길이라 했습니다.

오직 침묵과 기도로 그 길을 찾아 가을 여행을 떠나봅니다.

_강물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