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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글/임시보관

중근병 (中根病)

중근병 (中根病)

중근기에서 걸리기 쉬운 병. 하근기에서 중근기가 될 때나, 본래 중근기로서 그 고개를 넘지못할 때에나, 공부와 사업이 어느 정도 뜻대로 잘 되어지다가 큰 경계를 만나게 될 때, 또는 공부와 사업이 예상보다 훨씬 잘 되어질 때 중근병에 걸리기 쉽다. 공부인은 일생을 통해서 몇번씩이나 중근병에 걸리기 쉬운 경계를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중근병을 극복하기 위해서 뼈저린 수행 정진이 있어야 한다. 수행인의 근기에 세가지가 있다. 상근기는 정법을 보고 들으면 바로 판단과 신심이 생겨나서 자신하고 수행 정진하는 근기이다. 중근기는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또한 모르지도 아니하여 항상 의심을 풀지 못하고 법과 스승을 저울질하는 근기이다. 하근기는 재질이 둔하여 정·사(正邪)에 대한 분별도 없고 사량계교도 없으나 스승의 지도에 순응하는 근기이다. 이 세가지 근기 중에서 중근기가 도를 이루기 가장 어렵다. 대개의 경우 일생을 통하여 몇 번씩이나 중근기의 고비를 넘게 된다. 중근기의 고비를 중근병이라 한다. 수행인이 가장 무서워해야 할 병이 중근병이요, 중근병을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은혜를 발견하여 감사생활을 하고 영원한 진급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중근병은 흔히 지혜가 밝아지기 시작하거나, 권리가 돌아오기 시작하거나, 명예가 드러나기 시작할 때 잘 걸리게 된다. 수행인은 누구나 중근병을 쉽게 앓게 된다.

 

수행인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중근병이 있다.

 

① 스승과 법을 저울질 하는 병

신성이 부족하거나 좁은 소견으로 정법과 스승을 확고하게 믿지않는 병이다. 진리·경전·스승을 의심하고 저울질하는 병이다. 이러한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법과 스승에 대해 호리도 의심하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 신성은 법을 담는 그릇이 되고, 의두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며, 계율을 지키는 근본이 된다. 신성이 없는 공부는 뿌리가 말라 죽어버린 나무에 거름을 하는 것과 같아서 아무런 효과를 볼 수가 없다. 신성은 종교의 뿌리인 것이다.

 

② 도를 급히 이루려는 병

진리를 너무 급하게 깨치려 하면 오히려 쉽게 좌절하게 된다. 신성이 너무 급하게 불타는 사람은 신성이 쉽게 물러난다. 큰 서원과 꾸준한 적공이 있어야 한다. 설사 후진이 먼저 도를 깨쳤다고 해서 조금도 성급해 할 것이 없다. 깨닫는 경지도 천층만층이요, 사람마다 시절인연이 따로 있는 것이다. 뿌리가 살아있는 나무는 봄이 오면 반드시 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다만 먼저 피고 뒤에 피고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먼저 깨닫느냐 뒤에 깨닫느냐 하는 분별심은 오히려 도를 이루는데 큰 방해가 될 뿐이다. 진리를 깨닫는다는 것은 본래 면목을 회복한다는 것이요, 본래면목에는 옛과 이제라는 시간 관념도 없고 동서남북이라는 공간 관념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넉넉하고 한가로운 마음과 황소 걸음으로 영생을 통해서 수행 정진해야 하는 것이다.

 

③ 무사안일병

큰 적공도 없이 도를 쉽게 이루지 못한다 하여 수행에 실증을 내어 물러서고 싶어하는 생각이 일어나는 병이다. 또한 조그마한 경계 앞에서도 쉽게 퇴굴심을 내거나, 수행 정진에 시종여일하지 못하고 게으름을 부리거나, 복잡한 현실세계에서 도피 하려는 병이다. 이러한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념만년의 정신으로 수행 정진하고, 5백 생에 도를 이루지 못하면 5천 생을 통해서라도 도를 이룰 때까지 영원히 수행하겠다는 결의를 가져야 한다.

 

④ 시기·질투·중상모략병

나보다 법력이 높은 분을 친근·공경·숭배하지 못하고, 시기·질투·중상·모략하는 병이다. 후진이 먼저 법력이 높아지거나, 다른 종교가 크게 발전하는 것을 기뻐하지 못하는 마음은 도를 이루는 데에 큰 방해가 될 뿐이다. 이러한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희공덕 쌓기에 노력해야 한다.

 

⑤ 교만자만병

언필칭 신심·공심·공부심을 자랑하거나, 자기의 조그마한 공을 과대선전하고 앞세우거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멸시하거나, 조그마한 능력에 만족하고 자만하여 스스로 잘난체하는 병이다. 이러한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허물과 부족한 점을 찾아 참회개과하고, 사상(四相) 떼기에 노력해야 한다.

 

⑥ 빙공영사병

수행인은 무소유의 지혜와 무아봉공의 생활이 생명이다. 공중을 빙자해서 재물·안일·명예를 도모하는 병이다. 이러한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버리고 공익심을 키워야 한다.

 

⑦ 청렴 결백병

인간의 현실세계는 선악·미추·청탁·은해(恩害)가 뒤섞여 있다. 청탁병용·용사혼잡(龍蛇混雜)·범성동거(凡聖同居)의 마음을 갖지 못하는 병이다. 이러한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량과 세속, 극락과 지옥을 구별하는 마음을 없애야 한다.

 

⑧ 외학·외지병

수행인은 오직 본래 마음을 찾고 깨치고 활용하는 것이 생명이다. 마음공부 이외의 지식이나 학문에 마음을 빼앗겨 주종본말이 전도된 병이다. 이러한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어 문자에도 얽매이지 말고 법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수행인이 중근병에 걸리면 큰 죄업을 짓게 된다. 그러나 중근병만 극복하면 환골탈퇴하고 일취월장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