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大宗經)
제2 교의품(敎義品) 1장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과거에 모든 교주(敎主)가 때를 따라 나오시어 인생의 행할 바를 가르쳐 왔으나 그 교화의 주체는 시대와 지역을 따라 서로 달랐나니, 비유하여 말하자면 같은 의학 가운데도 각기 전문 분야가 있는 것과 같나니라. 그러므로, 불가(佛家)에서는 우주 만유의 형상 없는 것을 주체삼아서 생멸 없는 진리와 인과 보응의 이치를 가르쳐 전미 개오(轉迷開悟)의 길을 주로 밝히셨고, 유가(儒家)에서는 우주 만유의 형상 있는 것을 주체삼아서 삼강·오륜과 인·의·예·지를 가르쳐 수·제·치·평(修齊治平)의 길을 주로 밝히셨으며, 선가(仙家)에서는 우주 자연의 도를 주체삼아서 양성(養性)하는 방법을 가르쳐 청정 무위(淸靜無爲)의 길을 주로 밝히셨나니, 이 세 가지 길이 그 주체는 비록 다를지라도 세상을 바르게 하고 생령을 이롭게 하는 것은 다 같은 것이니라. 그러나, 과거에는 유·불·선(儒佛仙) 삼교(三敎)가 각각 그 분야만의 교화를 주로하여 왔지마는, 앞으로는 그 일부만 가지고는 널리 세상을 구원하지 못할 것이므로 우리는 이 모든 교리를 통합하여 수양·연구·취사의 일원화(一圓化)와 또는 영육 쌍전(靈肉雙全)·이사 병행(理事竝行) 등 방법으로 모든 과정을 정하였나니, 누구든지 이대로 잘 공부한다면 다만 삼교의 종지를 일관할 뿐 아니라 세계 모든 종교의 교리며 천하의 모든 법이 다 한 마음에 돌아와서 능히 사통 오달의 큰 도를 얻게 되리라.]
★★★★★★★★★★
전미개오[轉迷開悟]
(轉 : 그를 전, 迷 : 미혹할 미, 開 : 열 개, 悟 : 깨달음 오)
중생이 삼계에 윤회생사하는 미혹을 버리고 열반의 깨달음을 얻는 것. 번뇌망상을 해탈하여 보리의 깨달음을 증득, 불보살이 되는 것. 전미해오(轉迷解悟)라고도 한다.(원불교대사전)
수제치평[修齊治平]
(修 : 닦을 수, 齊 : 엄숙할 제, 治 : 다스릴 치, 平 : 평평할 평)
유교의 수양론은 삼강령 팔조목이며, 팔조목 중에서 4조목이 수제치평(修齊治平)에 해당된다. 유교 수양의 대체적 단계는 자신에게서 가족ㆍ국가ㆍ세계로 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유교에서 강조하는 윤리 실천의 단계는 나로부터 출발하여 점차 가정ㆍ사회ㆍ국가의 순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동양의 사서 중에서 《대학》과 《중용》에 발견되는 공자의 인(仁)사상은 충서로 이해되며, 충서의 실천도 넓게 보면 수제치평과 연결된다. 수제치평에 대하여 《대학》 4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되고 있다.
“옛날에 명덕(明德)을 천하에 밝히고자 하는 자는 먼저 치국(治國)하고, 치국하려는 자는 먼저 제가(齊家)하고, 제가하려는 자는 먼저 수신(修身)한다”고 한 바대로 수신ㆍ제가ㆍ치국ㆍ평천하의 단계적 순서가 밝혀지고 있다. 이는 세상의 평화(平天下)를 지향하는 사람이 국가를 잘못 다스리면 어렵게 되며, 국가 다스리려는 사람이 가족 교화를 잘못 하면 곤란하고, 가족을 교화하는 사람이 자신을 잘못 다스리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유교의 윤리로서 수제치평은 내 가족만이 아니라 세계 인류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른바 《대학》에서 수제치평의 도는 수신에서 평천하에 이르는 순차적 성취과정이 제시되고 있으며, 선진시대의 내성외왕(內聖外王)이라는 이상적 인격 함양의 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율곡 이이는 《성학십요(聖學十要)》에서 수신으로부터 치국에 이르는 전체적 틀을 상세하게 제시하여 유교의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소태산대종사 역시 《대종경》 교의품 1장에서 유가의 교의를 설명하면서 삼강오륜과 인의예지를 가르쳐 수제치평의 길을 주로 밝혔다고 했다. 유교 수양론의 대체가 수제치평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수제치평의 단계적 논리는 《대종경》 인도품 42장에도 나타난다.
한 가정은 한 나라를 축소하여 놓은 것이요, 한 가정은 곧 작은 나라인 동시에 큰 나라의 근본이 된다는 것이다. 정산종사는 《세전》 제7장에서 “인류는 개인 가정 사회 국가에 있어서 각각 그 도를 다하는 동시에 또한 다 같이 한 세계 동포로서의 도를 잘 이행하여야 할 것이니라”라고 했다. 이처럼 원불교의 인격 교화론이 유교의 수제치평과 상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원불교대사전)
청정무위[淸靜無爲]
우리의 마음이 본래 맑고 고요해서 어떠한 행위도 없다는 뜻. 무위(無爲)는 선가의 핵심사상으로 도(道)는 자연 그대로이므로 일체의 인위적 행동을 통해 자연을 거슬려서는 참다운 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청정하기 때문에 무위하는 것이며, 무위하기 위해서는 청정해야 한다. 소태산대종사는 “선가(仙家)에서는 우주 자연의 도를 주체삼아서 양성(養性)하는 방법을 가르쳐 청정무위(淸靜無爲)의 길을 주로 밝혔다”(《대종경》 교의품1)고 했다.(원불교대사전)
양성[養性]
자신의 본래 성품을 잘 발현할 수 있도록 가꾸고 기르는 일. 사람의 본래의 성품은 일원상과 같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데 지혜가 어둡고 물욕에 사로잡혀서 발현되지 못하게 되므로 지혜를 밝히고 욕심을 제거하면 본래의 성품이 저절로 드러나게 되며, 그러한 노력을 수행이라 한다. 원불교의 수행은 삼학수행(三學修行)이며, 삼학 중에 정신수양을 양성, 사리연구를 견성, 작업취사를 솔성이라고 달리 표현하기도 한다.(원불교대사전)
사통오달[四通五達]
(1) 길이나 교통망 통신망 등이 사방으로 막힘 없이 통함. 교통이 편리한 곳. 사통팔달이라고도 한다.
(2) 사람의 능력이나 지혜가 커서 어떠한 일도 못하는 일이 없고, 모르는 일도 없다는 말.
(3) 참된 진리는 어느 것에도 막히고 걸림 없이 두루 통한다는 말. 궁극적 진리를 밝힌 일원상의 진리는 가장 근본적이고 큰 진리라 이 세상의 어떠한 진리와도 서로 막히거나 걸림이 없이 두루 통한다는 말. 정산종사는 “천하를 구제할 큰 법은 유형한 지역의 한계와 무형한 마음의 한계가 함께 툭 트이어 사통오달이 되어야 한다”(《정산종사법어》 도운편29)고 했다.(원불교대사전)
인의예지[仁義禮智]
[개요]
유교 윤리의 중심이 되는 네 가지 덕목. 맹자는 인간 본성의 4덕이라 하여 성선설의 근거를 삼았다. 동시에 본성을 실현함으로써 성취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용어의 성립과 전개]
공자는 인(仁)을 중시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걱정하지 않고,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여 지ㆍ인ㆍ용(智仁勇)을 함께 거론했다. 또 인을 실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극기복례(克己復禮)를 제시하여 인과 예를 중시했다. 인에 의를 더하여 예ㆍ지와 함께 인의예지 4덕을 제시한 학자는 맹자이다. 인과 의가 결합된 것은 《예기》ㆍ《주역》 등에 나타나며 《맹자(孟子)》에서 강조되었다.
《예기》 곡례상(曲禮上)에서는 “도덕이나 인의(仁義)는 예가 아니면 완성될 수 없다”고 했는데, 공영달(孔穎達)은 은혜를 베풀어 사물에까지 미치도록 하는 것을 인, 시의에 맞도록 재단하는 것을 의라고 설명했다. 《주역》 설괘전(說卦傳)에서도 인과 의가 인도의 조건으로 제시되었다. 맹자는 인의를 본성의 일부로 파악했고 선천적으로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했다. 이는 맹자 성선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에는 인간에게 고유한 도덕성이 있어서 동물과 구별된다고 한다.
이러한 견해는 고자(告子)가 “살려고 하는 것을 성이라고 한다”고 하여 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악으로 흐를 수 있는 것으로 살려고 하는 생물들의 기본 성향을 본성이라고 하는 견해를 배척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도덕성을 인간의 본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입이 좋은 맛을, 눈이 좋은 빛을, 귀가 좋은 소리를, 코가 좋은 냄새를, 사지가 편안한 것을 좋아하는 것 등은 인간의 성(性)이기는 하나 거기에는 명(命)이 있기 때문에 군자는 이를 성이라고 하지 않는다.
인이 부자간에 베풀어지고, 의가 군신간에 유지되며 예가 손님과 주인간에 지켜지고 지가 현자에게서 밝혀지며 성인이 천도에 따라 행하는 것 등은 명의 요소가 있기는 하나 사람의 성이 있으므로 군자는 이를 명이라고 하지 않는다”(《맹자》 진심하). 인간도 다른 동물과 같은 성향을 지니나 인간은 도덕성이 있다는 점에서 인간다울 수 있다. 맹자는 도덕성을 인간의 본성으로 보는 입장에서 본성에 본래 인의예지의 사덕이 갖추어 있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에 인의예지의 사덕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서는 네 가지가 있다. 사단지심(四端之心)이 그것이다. 그는 《맹자》 공손추상에서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워하는 마음(羞惡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是非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인의 단서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의의 단서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의 단서이고 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지의 단서이다. 사람이 이 네 가지 단서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가 사지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것을 보았을 때와 같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자연히 우러나는 측은한 마음이 생기는데, 마음에 인이 있음을 알 수 있는 실마리이다. 발길로 차거나 욕을 하며 주는 음식은 걸인도 먹지 않는 것처럼 부당한 일을 보면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는 본성에 의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서이다. 손님을 대접할 때 자연히 우러나는 공경의 마음, 사양하는 마음이 일어나는데, 예의 덕이 있기 때문이다. 옳은 일에 옳음을 깨닫고 그릇된 일에 그릇됨을 깨닫는 등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마음이 있는데 지의 덕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면에 인의예지의 4가지 체가 존재하므로 4가지의 실마리가 자연히 밖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마음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인간 본래의 마음이다. 이를 맹자는 본심 또는 적자심(赤子心)이라고 했다. 이러한 본성의 발현에 따라 일을 당하면 옳고 그름을 아는 지혜가 있게 되고 시비를 판단했으면 마땅히 행할 것인지 놓을지를 결정하여 실행하는 의가 드러난다. 실행할 때에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함을 알아 가장 적절하도록 하는 것이 예이다. 이렇게 이미 중도를 얻어 조금도 사사로움이 없다면 곧 천리의 유행으로 인이다.
인의예지는 천지의 원ㆍ형ㆍ이ㆍ정(元亨利貞)의 이치라고도 한다. 곧 인의예지는 천리(天理)의 유행이다. 천리를 따라 인간이 실현하는 덕목이다. 한대에 이르러 동중서(董仲舒)가 4덕에 신(信)의 덕목을 추가하여 오상(五常)의 개념을 제시했다. 당대의 한유(韓愈)는 《원도(原道)》에서 도교ㆍ불교 등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공격할 때 유교를 대변하는 논리로써 인의를 제시했다. 그는 인은 박애를, 의는 행위의 절도를 각각 의미한다고 했으며, 이 양자는 천하에 통용되는 보편적 도덕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송대의 성리학에서는 인을 공자사상의 중심개념으로 중시했고, 인을 의ㆍ예ㆍ지를 일관하는 것으로 천리와 일치시켰다. 정호(程顥)는 《정성서(定性書)》에서 “학자는 반드시 먼저 인에 대해서 알아야만 한다. 인은 혼연(渾然)히 만물과 동체(同體)를 이룬다. 의ㆍ예ㆍ지ㆍ신은 모두가 인이다”라고 했고, 주자는 《논어혹문(論語或問)》에서 “대개 인이라는 것은 오상(五常)의 첫 번째이며 나머지 넷을 포함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원불교에서 의미]
원불교에서 인의예지는 유교의 실천덕목으로 수용되고 있다. 《대종경》 교의품 1장에서 소태산대종사는 “유가에서는 우주 만유의 형상 있는 것을 주체삼아서 삼강ㆍ오륜과 인ㆍ의ㆍ예ㆍ지를 가르쳐 수ㆍ제ㆍ치ㆍ평의 길을 주로 밝히셨다”고 하고 유ㆍ도와 더불어 삼교융합의 입장에서 “이 세 가지 길이 그 주체는 비록 다를지라도 세상을 바르게 하고 생령을 이롭게 하는 것은 다 같은 것이니라”라고 했다. ‘형상 있는 것’의 의미는 보편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일상윤리를 말한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품격을 자각하고 이를 실현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4덕을 통합하는 인(仁)은 인간의 덕이며 동시에 천의 덕으로 원불교교리의 ‘은’과 근접한다.
우주의 생명력이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장으로 천명된 것이다. 의 또한 ‘인도정의’로, 예악도 교리 실천을 이끄는 형식화의 과정에서 깊이 수용되었다. 그러나 구체적 실천 방향과 덕목은 현대 사회의 변화된 상황에 적합하도록 폭 넓게 해석되고 불교와 도가의 사상과도 통합하는 실천의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유가에서 불교와 도가를 비판하는 핵심 내용인 허무적멸(虛無寂滅)을 체로 삼고 인의예지로 용을 삼으려는 시도와 실천의 구체화로 “삼교의 종지를 일관할 뿐 아니라 … 능히 사통오달의 큰 도를 얻게 되리라”고 한다. 이처럼 그 궁극성에 닿으면서도 시대의 대중들이 실천하여 실재적인 도움을 얻도록 적절하게 승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있다.(원불교대사전)
'대종경(大宗經) > 제2 교의품(敎義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 교의품(敎義品) 5장 (0) | 2014.09.22 |
---|---|
제2 교의품(敎義品) 4장 (0) | 2014.09.22 |
제2 교의품(敎義品) 3장 (0) | 2014.09.22 |
제2 교의품(敎義品) 2장 (0) | 2014.09.22 |
교의품[敎義品] (0) | 2014.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