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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正典)/제3 수행편(修行編)

제15장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

정전(正典)

제3 수행편(修行編)

제15장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

사람도 병이 들어 낫지 못하면 불구자가 되든지 혹은 폐인이 되든지 혹은 죽기까지도 하는 것과 같이, 한 사회도 병이 들었으나 그 지도자가 병든 줄을 알지 못한다든지 설사 안다 할지라도 치료의 성의가 없다든지 하여 그 시일이 오래되고 보면 그 사회는 불완전한 사회가 될 것이며, 혹은 부패한 사회가 될 수도 있으며, 혹은 파멸의 사회가 될 수도 있나니, 한 사회가 병들어가는 증거를 대강 들어 말하자면 각자가 서로 자기 잘못은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하는 것만 많이 드러내는 것이며, 또는 부정당한 의뢰 생활을 하는 것이며, 또는 지도 받을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를 잘 받지 아니하는 것이며, 또는 지도할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로써 교화할 줄을 모르는 것이며, 또는 착한 사람은 찬성하고 악한 사람은 불쌍히 여기며, 이로운 것은 저 사람에게 주고 해로운 것은 내가 가지며, 편안한 것은 저 사람을 주고 괴로운 것은 내가 가지는 등의 공익심이 없는 연고이니, 이 병을 치료하기로 하면 자기의 잘못을 항상 조사할 것이며, 부정당한 의뢰 생활을 하지 말 것이며, 지도 받을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를 잘 받을 것이며, 지도할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로써 교화를 잘 할 것이며, 자리(自利) 주의를 버리고 이타 주의로 나아가면 그 치료가 잘 될 것이며 따라서 그 병이 완쾌되는 동시에 건전하고 평화한 사회가 될 것이니라.

병든사회와 그 치료법[病-社會-治療法]

[개요]

《정전》 수행편 제15장에 수록된 법문. 소태산대종사가 대각을 이루고 원불교를 창립할 당시를 전후하여 국가사회와 세계가 일대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무질서, 혼란이 극심하던 때에 시대 상황을 통찰하고 세상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 법문을 내놓았다.

[내용]

이 법문의 원형은 1927년(원기12) 3월에 발간된 《불법연구회규약》의 〈취지설명〉에 인간 사회의 병리를 열거한 데서 찾아볼 수 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혼몽 중에 잇든 우리, 취중에 잇든 우리, 사농공상의 차서잇난 교육을 밧지 못한 우리, 상당한 사람을 쓰지 안이하고 권세와 재산 형식을 쓰는 시대에 잇든 우리, 외방문명(外邦文明)과 물화(物貨)를 보지 못한 우리, 발원업고 연구업난 우리, 직업업시 놀고 먹난 우리, 매일 수입 지출을 알지 못하고 예산업시 지내든 우리, 유무식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물론하고 융통(融通)하야 믿어 나오난 종교가 업든 우리, 문벌잇고 가세잇고 문필이 유여한 사람이라야 종교인이라 하는 우리, 천인이면 천 마음이 각각이요 만인이면 만 마음이 각각된 우리, 박애심업고 합자심(合資心)이 업고 감화심이 업든 우리, 일만 물건의 근본과 끗을 알지 못한 우리, 일만인의 시종과 선후를 알지 못한 우리, 선악귀천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시비와 이해를 알지 못하고 한탄 원망에 긋첫든 우리, 식심(識心)잇고 각심잇난 우리로서 감각업난 저 무정지물에게 소원앙축하든 우리, 나의 일신 하나도 제도 못한 우리로 여러 사람의 호주되야 여러 사람의 전정을 망해준 우리, 자리 리타가 화하지 못하야 내가 리를 취하면 저 사람이 해가 되고 저 사람이 리를 취하면 내가 해를 입난고로 서로 상충(相衝)하야 서로 의리가 끈어지고 자행자지로 백발이 다 된 우리.” 이상 17개에 달하는 병리 진단에서 시종 ‘우리’라는 복수형을 사용하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로 접근했다.

이어진 〈취지설명〉에서는, 사은의 은혜로 병리현상이 차츰 해소되어질 것이며, 우리는 수양ㆍ연구ㆍ취사 공부를 하고 동지에게도 알려서 영원토록 안락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본회(불법연구회)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했다. 《정전》의 내용을 요약하면, 사람이 병든 줄을 모르거나 알고서도 치료하지 않으면 불구자, 폐인이 되거나 죽을 수 있는 것처럼 사회도 지도자가 병든 줄을 모르거나 알고서도 방치하면 불완전한 사회, 부패한 사회 또는 사회의 파멸이 초래될 수 있다고 하면서 당시 사회의 병든 정황을 “각자가 서로 자기의 잘못은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하는 것만 많이 들어내는 것, 부정당한 의뢰생활을 하는 것, 지도받을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를 잘 받지 아니하는 것, 지도할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로 교화할 줄을 모르는 것, 착한 사람은 찬성하고 악한 사람은 불쌍히 여기며, 이로운 것은 저 사람에게 주고 해로운 것은 내가 가지며, 편안한 것은 저 사람을 주고 괴로운 것은 내가 가지는 등의 공익심이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병을 치료하려면, “자기의 잘못을 항상 조사할 것, 부정당한 의뢰생활을 하지 말 것, 지도받을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를 잘 받을 것, 지도할 자리에서 정당한 지도로써 교화를 잘할 것, 자리주의를 버리고 이타주의로 나아갈 것”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이러한 처방은 원불교의 중심 교리를 실천 요강으로 구성한 ‘일상수행의 요법’에 그대로 적용되었는 바, 곧 일상수행의 요법 “5조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6조 타력생활을 자력생활로 돌리자, 7조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을 잘 배우는 사람으로 돌리자, 8조 가르칠 줄 모르는 사람을 잘 가르치는 사람으로 돌리자, 9조 공익심 없는 사람을 공익심 있는 사람으로 돌리자”에 나타나 있다.

따라서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은 원불교의 중심교리인 사은사요와 삼학팔조 중에 사은사요 교리의 원형이 되는 것이다. 사은에 보은하는 것도 사요를 실천하는 것도 불완전한 사회를 완전한 사회로 만들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사회를 바르게 하려면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측면과 적극적으로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측면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소태산은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에서 적극적인 사회개혁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병의 진단]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 원문과 그 원형이 되는 《불법연구회규약》의 취지 설명을 종합해보면 병의 종류를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원망병

자기 잘못은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만 살피어 헐뜯고 원망한다. 남에게 은혜 입은 것은 잊어버리고 나의 은혜만 갚아줄 것을 생각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상대를 미워하고 원망한다. 사은의 은혜로 내가 살아간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자기의 잘못을 모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드러내는 것도 모든 존재들이 직접 간접으로 은혜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② 의뢰병

부정당한 의뢰생활로 서로가 함께 파탄에 이르며 인간관계도 불화하게 된다. 또한 의뢰의 정도만큼 자력이 약화되고 정당한 인권을 상실하게 된다. 앞으로의 사회는 무엇보다도 인권이 평등해야 되는데 이는 외적인 법이나 제도로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의 자주력을 갖추어야 해결된다. 부당한 의뢰생활을 하는 것은 사람이 각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정신이 자주력을 갖추지 못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③ 정당한 지도에의 불순응병

지도자의 정당한 지도를 받지 아니하여 대중 사회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상호간의 불화를 초래한다. 정당한 지도를 받지 아니하면 도덕과 학문과 생활 능력이 박약해진다. 정당한 지도를 잘 받지 않는 것은 배우려는 의지가 약하거나, 지도받을 필요성을 깊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도자의 자질에 따라 부정당한 지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당한 지도’가 강조된다.

④ 정당한 지도력 부재의 병

사람은 누구나 지도받을 입장에 처함과 동시에 누군가를 지도할 위치에 서 있다. 말하자면 사람은 누구나 지도자인 동시에 피지도자인 셈이다. 지도자는 피지도자에게 신뢰와 감화를 줄 수 있을 때 지도력이 발휘된다. 사회가 혼란하고 혼탁해지는 원인의 대부분이 지도자의 지도력 부재로 야기된다.

⑤ 이기병

자기의 이익을 먼저 내세우는 것이 일종의 인간 본능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는 속성도 인간의 근본 품성에 속한다. 인류공동체를 잘 영위하려면 이기심을 절제하고 이타심을 많이 키워가야 한다. 그러한 풍토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공도자를 우대하고 공익심을 발휘하도록 지도해왔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공익의 풍토가 퇴색해지고 있는 현실이 중요한 사회의 병이다.

[치료법]

① 자기반조와 감사생활

자기의 잘못을 먼저 살피고 은혜를 발견하여 남을 원망하지 않고 감사생활을 한다.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면 잘못된 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줄 안다. 모든 실패와 불행의 원인이 인과의 이치에 따라 나타나는 것을 알면 남을 원망하지 않게 된다. 남의 잘못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용서하게 된다.

② 자력생활

부정당한 의뢰심을 버리고 자력생활을 한다. 의뢰생활은 남에게 빚을 지는 일이며, 정신의 자주력과 육신의 자활력, 경제의 자립력을 상실하게 되어 결국 자기의 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③ 배움을 놓지 않는 생활

정당한 지도를 잘 받고 배워서 자신의 인격과 능력을 향상시킨다. 쓸데없는 자존심과 자기 본위의 생각을 버리고 정당한 지도에 잘 순응하여 인류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④ 정당하게 지도하는 생활

정당한 지도로 남을 잘 교화해야 한다. 청렴하고 신용 있는 지도자의 길을 배우고 익혀서 대중에게 신뢰와 감화를 주고 솔선수범하는 지도력을 발휘하여 대중 사회를 높은 차원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⑤ 이타행의 생활

남을 위하는 것이 곧 자기의 이로움이 되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만을 위하며 살지만 결국은 손해를 보고 지혜로운 사람은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 같지만 결국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범위를 작은 ‘나’에서 큰 ‘나’로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이타행이 나온다. 반대로 작은 ‘나’에 사로잡힌 바가 강할수록 극단적 이기주의에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병든 사회는 구조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어서 개선하는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와 치료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마음과 의식과 행위에서 비롯됨을 알아야 하며, 따라서 종교적인 가르침을 바탕으로 진리적인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인 도덕의 훈련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자는 것이 이 법문의 가르침이다.(원불교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