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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경(大宗經)/제6 변의품(辨疑品)

대종경(大宗經) 제6 변의품(辨疑品) 36장

<20190825 일요일>

대종경(大宗經) 제6 변의품(辨疑品) 36장

 

또 여쭙기를

 

[수도인이 공부를 하여 나아가면 시해법(尸解法)을 행하는 경지가 있다 하오니 어느 위(位)에나 승급하여야 그리 되나이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여래위에 오른 사람도 그리 안 되는 사람이 있고, 설사 견성도 못 하고 항마위에 승급도 못 한 사람이라도 일방 수양에 전공하여 그와 같이 되는 수가 있으나, 그것으로 원만한 도를 이루었다고는 못 하나니라. 그러므로, 돌아오는 시대에는 아무리 위로 천문을 통하고 아래로 지리를 통하며 골육이 분형되고 영통을 하였다 할지라도 인간 사리를 잘 알지 못하면 조각 도인이니, 그대들은 삼학의 공부를 병진하여 원만한 인격을 양성하라.]

 

 

{대종경} 제6 변의품 36장

시해법, 그거 어디다 쓰려고

 

시해법(尸解法), 참 생소한 단어다. 쉬운 말로 몸과 영혼을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서유기〉에는 손오공이 수련에 매진해 여러가지 시해법 묘술을 쓰는 장면들이 나온다. 구름타고 순식간에 이동하기도 하고, 털 몇 개 뽑아 입에서 후~ 뱉으면 분신들이 나온다.

 

마르셀 에메의 소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에서도 시해법 비슷한 것이 나온다. 하급 공무원인 주인공은 우연히 자신이 벽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관이 못살게 굴자, 그는 벽을 통과하여 나타나 기절초풍하게 만들기도 하고, 벽으로 드나들며 부잣집이나 은행 같은 곳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영웅이 된다. 현장에서 일부러 경찰에게 잡혀주지만 벽을 통과해 감옥을 빠져나오니 투옥도 소용이 없다. 소설은 비극적이게도 그가 벽을 통과하고 있을 때 그 능력이 사라져버려서 형체 없이 벽에 갇히는 것으로 끝난다.

 

사실, 시해법에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경지와 종류가 있다. 몽유법은 꿈속에서 거니는 것처럼 영혼 상태로 돌아다니는 초보 단계의 시해법이다. 치몽법은 상대방의 꿈속에 들어가 자기 의도대로 꿈을 꾸게 만드는 것이다. 영자유동법은, 수련을 통해 또 하나의 몸인 ‘영자’를 만들어 자신과 똑같은 형태의 몸이 돌아다니는 일종의 분신법이다. 은령법 역시 분신법이지만, 투명인간처럼 그 몸을 상대방이 볼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또다른 분신법인 현령법은, 영자를 둘 이상 수없이 분신하는 것으로, 도계 5~6단 이상이라야 가능하다. 섭백법은 남의 혼백을 끌어오는 시해법이다. 멀리 떨어진 갑이라는 사람을 섭백한다면 그쪽에 갑의 육신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또 하나의 갑이 이쪽에도 나타나게 된다. 도계 5~6단 이상인 사람이라야 가능하며, 역사적으로는 강태공이 섭백을 행했다고 전한다.

 

이런 시해법들은 옛날 옛적 도사들의 얘기나 공상 만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것에만 작정하고 적공하면 행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능력들이다. 시해법은 어느 위(位)에 올라야 가능한지 묻는 제자에게 대종사님은 ‘여래위에 오른 사람도 안 되기도 하고, 견성 못 한 사람도 일방 수양에 전공하면 되기도 한다.’ 하신다.

 

허나 그런 시해법 익혀 어디다 쓰려는가? 삼대력 없이 얻은 시해법은 혹세무민 패가망신으로 이끄는 위험천만한 것이 되게 되어있다. 조금이라도 인간생활에 쓸모 있는 것이었다면 시도해보라거나 종종 보여주기라도 하셨을 테지만, 대종사는 ‘앞으로는 천문지리를 다 통하고 영통을 했어도 인간 사리를 모르면 한낱 조각 도인이라’며 말도 못 꺼내게 하신다.

 

그러니 시해법 따위 궁금해 하지도 부러워하지도 언급하지도 시도하지도 자랑하지도 말 일이다! 광대무량한 금광 얻는 법을 만나고서 금싸라기 하나 얻으려 온갖 에너지 쏟을 일도 마음시선 둘 일도 못 된다. 법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위험하고 무용한 조각도인만 만들 뿐이니, 그럴 공력 들일 시간에 일각이라도 더 삼대력 얻기에 공들이라신다. 오직 삼학병진으로 삼대력 갖춘 원만도인이라야 자신과 고통 받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노니, 시해법 같은 것 아서라.

 

<송도교당 / 장오성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