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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正典)/제2 교의편(敎義編)

인생의 요도·공부의 요도

인생의 요도·공부의 요도
[人生-要道·工夫-要道]

 

개요

 

인생의 요도는 사람이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길을 의미하며, 공부의 요도는 공부인이 마땅히 밟아 행해야할 요긴한 도를 말한다. 소태산대종사가 밝힌 인류 사회에서 인간으로서 삶의 의미를 실현하고 인격을 완성하는 신앙의 강령과 수행의 방법을 담고 있다.

 

성립과정

 

〈원불교교헌〉이 제정 반포되면서 원불교가 지향하는 교단활동의 방향으로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가 선포되었다. 1948년(원기33년) 4월, 제정 반포된 〈원불교교헌〉에 “본교는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와 공부의 요도 삼학팔조로써 전 세계를 불은화(佛恩化)하고 일체 대중을 선법화(禪法化)하여 제생의세(濟生醫世)하기로 목적한다”고 한 조항에서 알 수 있다.

먼저 원불교 교리 성립 과정에서 인생의 요도ㆍ공부의 요도를 살펴보면 기본 교리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인 선포라 할 수 있는 교강 발표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 1920년(원기5) 4월에 소태산은 봉래산에서 새 회상의 교강으로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와 공부의 요도 삼강령 팔조목을 발표했다. 이때에 발표된 사은은 천지은ㆍ부모은ㆍ동포은ㆍ법률은으로써, 그 피은ㆍ보은ㆍ배은을 설명하고 있다. 사요는 남녀 권리동일ㆍ지우차별(智愚差別)ㆍ무자녀자 타자녀교양(無子女者他子女敎養)ㆍ공도헌신자 이부사지(公道獻身者以父事之)이다.

삼강령 팔조목은 오늘날의 삼학팔조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삼강령은 정신수양ㆍ사리연구ㆍ작업취사이며, 팔조목은 신(信)ㆍ분(忿)ㆍ의(疑)ㆍ성(誠)과 불신(不信)ㆍ탐욕(貪慾)ㆍ나(懶)ㆍ우(愚)이다. 신ㆍ분ㆍ의ㆍ성 사조로는 진행건(進行件)을, 불신ㆍ탐욕ㆍ나ㆍ우 사조로는 사연건(捨捐件)을 삼아, 삼강령 공부를 운용하는 요법이 되게 했다. 1932년(원기17) 4월에 《보경육대요령》이, 1934년(원기19) 12월에는 《삼대요령》이 발간되었다.

《육대요령》에는 권두에 개교표어ㆍ총론ㆍ교리도를 싣고 바로 이어 ‘제1장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 제2장 공부의 요도 삼강령 팔조목’이 실려 있다.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 장은 다시 ‘인생의 요도 사은의 내역’과 ‘인생의 요도 사요의 내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인생의 요도 사은의 내역’ 각 조항에는 피은의 강령ㆍ피은의 조목ㆍ보은의 강령ㆍ보은의 조목ㆍ배은을 설하고 이어 ‘의두해석’ 조항을 두어 각 항 전체에 대한 깊은 사고를 이끌고 있다. ‘인생의 요도 사요의 내역’에서는 남녀권리동일의 강령, 과거 조선여자의 생활조목, 남자로서 남녀권리동일 권장의 조목, 여자로서 남녀권리동일 준비의 조목으로 시대의 상황에서 남녀차별을 극복하려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지우차별의 강령, 과거조선 차별 제도의 조목, 지우차별의 조목, 무자녀자 타자녀교육의 강령, 과거조선 교육의 결함조목, 무자녀자 타자녀교양의 조목, 공도헌신자이부사지의 강령, 과거조선 공익기관의 결함조목, 공도헌신자 이부사지의 조목으로 시대의 결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모색하려는 내용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어 제3장 훈련법에서는 ‘공부의 요도 정기훈련의 과목급해석’과 ‘공부의 요도 상시훈련의 과목급해석’을 설하여 공부의 요도를 실제로 훈련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공부의 요도를 삼학팔조에 한정하지 않고 그 실행공부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지어 폭넓게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43년(원기28) 소태산이 “나의 일생 포부와 경륜이 그 대요는 이 한 권에 거의 표현되어 있다”고 한 《불교정전》의 편수 발간이 이루어졌다. 《불교정전》은 1940년(원기25) 9월부터 출판을 시도했으나, 일정(日政)의 출판 불허로 1943년(원기28) 3월의 발행이지만, 소태산의 열반 후인 그해 8월 비로소 중앙총부에 배달되었다. 《불교정전》은 《원불교교전》이 발간되기까지 19년 동안 원불교 교서로 활용되었다.

《불교정전》은 전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원경인 권1의 제2편 교의(敎義)에는 사대강령ㆍ일원상ㆍ게송ㆍ사은사요ㆍ삼학팔조ㆍ삼대력ㆍ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 관계 등 9개장이 편입되었다. 여기에서 눈에 띠는 부분은 ‘삼대력’ 장을 분리하고,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 관계’가 장을 달리하여 편성되었다는 점이다. 사은은 각 항마다 피은의 강령, 피은의 조목, 보은의 강령, 보은의 조목, 보은의 결과, 배은의 결과로 정리되었고 ‘보은에 대한 의두해석’ 조항은 천지은과 부모은에만 남아 있고 동포은 법률은에서는 제외되었다. 사요는 자력양성ㆍ지자본위ㆍ타자녀교육ㆍ공도자숭배로, 삼강령 팔조목은 삼학팔조로 그 제목들이 정돈되었다.

삼학은 각 항의 요지ㆍ목적을 두고 제8장에 삼대력 장을 따로 두어 정리하고 있다. 이어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의 관계’가 새로운 장으로 분리, 제9장으로 별립되었다. 이전의 사은사요 삼학팔조를 형용하는 용어였던 것으로부터 분리되어 그 관계를 강조하는 내용이 첨가되어 새로운 장을 이루고 있다. 1962년(원기47) 《원불교교전》 발간에 이르러서는 ‘사은사요’ ‘삼학팔조’와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가 각각 장을 달리하여 정리되었는데,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은은 공히 피은의 강령, 피은의 조목, 보은의 강령, 보은의 조목, 배은, 보은의 결과, 배은의 결과의 항목으로 정리되었다. 천지은과 부모은에 있던 의두해석 조항도 삭제되었다. 사요에 있어서는 《불교정전》에서 자력양성의 ‘과거 조선인의 의뢰생활 조목’, 타자녀교육의 ‘과거 조선교육의 결함조목’, 공도자숭배의 ‘과거 조선 공도사업의 결함조목’을 두어 조선사회 상황 극복을 주로 표현한 데 비해 《원불교교전》에서는 이를 좀더 인류 보편의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삼학팔조에 있어서는 삼대력은 삼학의 각 항에 ‘결과’ 조목으로 삽입되었고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의 관계’는 ‘제6장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로 정리되어 있다. 《불교정전》에서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의 관계’를 중심으로 수록되어있는데 비해 《원불교교전》에서는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의 의미 설명을 서두에 붙이고 있다. 곧 ‘사은사요는 인생의 요도요, 삼학팔조는 공부의 요도인바’가 첨가되어 있다.

또한 《불교정전》에서는 ‘제3편 수행’의 제2장 ‘공부의 요도 정기훈련과목 급 해석’ 장을 두고 삼학 각항마다 ‘정기훈련 과목의 해석’을 두고 있다. 제3장은 ‘공부의 요도 상시훈련과목 급 해석’으로 현재의 ‘상시훈련’ 절을 싣고 있다. 이를 보면, 원래 공부의 요도는 삼학팔조와 훈련법을 포함하고 있어서 수행과 관련된 내용에 폭넓게 쓰이고 있었다. 《원불교교전》에서는 그 내용은 다르지 않으나,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으로 정리되어 있다. 다만 《불교정전》에서는 정기훈련 11과목을 삼학에 배대하여 수록했고, 《원불교교전》에서는 이에 대한 총론적 설명을 서두에 붙여두고 있다.

이렇게 인생의 요도ㆍ공부의 요도는 교리의 성립과 교서 편찬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 내용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편제에서 거듭 정돈되었고, 처음에는 시대의 상황과 지역의 특성이 부각되었던 데 비해 내용의 보편화가 진행되어 왔음을 볼 수 있다. 최초에는 사은사요 삼학팔조와 공부의 구체적 실천체계인 훈련법 등을 형용하는 용어로 쓰이다가 차츰 독립된 장을 이루어 그 의미가 부각되고 있는 점도 발견된다.

 

교리사상적 의의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는 《정전》에 수록된 제2 교의편 제6장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장에서 그 근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세상에서 모든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안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인생의 의미를 궁극적으로 실현하는 길로 원불교가 제시하는 세상을 구원할 요법이다. 이는 사람은 사은의 무한 은혜의 산물이라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천지은ㆍ부모은ㆍ동포은ㆍ법률은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은혜에 의해 생명을 얻고 존재를 유지해 간다. 그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하며 보은하는 삶을 살도록 요청된다.

이를 현실 사회에서 실현하는 구체적 방법이 사요다. 사요를 통해 궁극적 평등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먼저 모든 사람이 진정으로 자유롭고 평등하기 위해서는 자력을 양성해야한다. 자력은 경제의 자립력, 육신의 자활력, 정신의 자주력이 조화를 이룰 때 완전하다. 지자본위로 지식이 평등한 사회, 타자녀교육으로 교육기회가 평등한 사회, 공도자숭배로 사회적 근본 평등을 이루는 사회를 지향한다. 곧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는 인간을 사은의 무한 은혜의 총화로 인식하고 그 근본적이며 본질적인 은혜에 감사하고 보은하여 인간 사회를 궁극적인 평등의 사회, 낙원세계를 이루고자하는 의지가 표현되어 있다.

이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걸어가야 할 바른길이며, 그 고귀한 삶의 가치를 다하는 길이다. 공부의 요도는 ‘삼학팔조’를 말한다. 《정전》 제6장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에서 ‘삼학팔조는 공부의 요도인 바’라고 하고 있다. 정신수양ㆍ사리연구ㆍ작업취사의 삼학 수행을 철저히 실행해서 인격을 완성하고 생령을 제도할 요법이다. 곧 정신수양 공부로 정신을 수양하여 두렷하고 고요한 정신을 양성하여 천만 경계 속에서 온전한 정신의 자주력을 세우며, 사리연구 공부로 사리를 연마하고 궁구하여 실생활에서 밝게 분석하고 빠르게 판단하여 사리간에 걸림 없이 아는 지혜의 힘을 얻어, 작업취사 공부로 무슨 일에서나 정의는 실행하고 불의는 버리는 실행공부로 낙원을 맞아오는 공부이다.

심신의 자유와 해탈로 극락을 누리는 주체적 능력을 갖춘 낙도인(樂道人)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과 그 경지를 나누는 실천공부이다. 이를 위해서는 팔조, 곧 공부를 진행하는 추진력이 되는 진행사조와 공부에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인 사연사조 공부가 아울러 필요하다. 곧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인 신과 용감하고 씩씩하게 전진하는 분과 모르는 것을 발견하여 알고자하는 의, 그리고 끊임없이 정성을 다하는 성의 진행사조의 추진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믿지 못하는 불신, 정도를 벗어나 과하게 얻으려는 탐욕, 나태함과 어리석음인 우의 사연사조를 마음에 일어나는 즉시 바로 알아차리고 제거하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이러한 공부를 통해 인격의 완성을 이루는 공부이다. 소태산은 ‘공부의 요도를 지내고 나면 부처님의 지견을 얻을 것이요, 인생의 요도를 밟고 나면 부처님의 실행을 얻을 것’(《대종경》 변의품25)이라고 한다.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는 상보적 관계에 있다. 《정전》에서는 “인생의 요도는 공부의 요도가 아니면 사람이 능히 그 길을 밟지 못할 것이요, 공부의 요도는 인생의 요도가 아니면 사람이 능히 그 공부한 효력을 다 발휘하지 못할지라”고 한다. 공부의 요도를 닦아 삼대력을 갖추어 갈 때 사은의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보은의 노력에 정성스러울 수 있다.

나아가 사요 실현이 절실한 삶의 과제가 될 수 있다. 곧 인생의 요도를 깊이 실현하는 도량과 추진력,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세상을 선법화하는 능력을 발현할 수 있다. 또한 인생의 요도인 사은사요, 곧 인간 존재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은혜 실현의 길이 있어서 공부의 요도를 통한 삼대력의 힘이 발현되고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 온전한 인격을 닦아나가는 공부가 현실 삶 속에서 더욱 활성화되고 세상을 바르게 하고 생령을 이롭게 하는 능력으로 발현될 수 있다. 세상을 불은화(佛恩化)하는 능력이 될 수 있다. 원불교 공부인은 수행과 동시에 세상과 소통하고 수행의 능력을 세상에 유익을 줄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

세상은 수행자에게 그 실현의 장이다. 생활 속에서 실현되는 불법을 의미한다. 그 실현은 근본적이며 본질적인 은혜의 관계를 깨닫고 감사와 보은의 불국토를 이루는 낙원 건설이다. 따라서 공부의 요도는 인생의 요도를 실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며 인생의 요도는 공부의 요도의 효력을 발휘하게 하는 실현의 장이 된다. 이 두 길은 서로 바탕이 되고 도움이 된다. 그 관계는 의술과 약재에 비유된다. 공부의 요도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의술과 같고, 인생의 요도는 환자를 치료하는 약재와 같다.

의술은 약재를 활용하여 효력을 발휘할 수 있고, 약재는 의술을 통해 그 잠재 능력을 실현할 수 있다. 환자를 치료하여 건강한 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로는 완전할 수 없다. 상호 활용과 의지의 관계를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루고자 하는 최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제생의세의 방법을 완전하게 하고 구체화하는 길이다. 삼대력을 얻은 공부인이 사은의 은혜의 터전을 감사와 보은으로 일구고, 사요의 실현을 통해 세상을 평등과 평화의 불국토, 낙원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는 궁극적 진리인 일원의 진리를 실현하는 구체적 내용이기도 하다.

이를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반조하고 실현하기 위해 ‘일상수행의 요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 14조는 공부의 요도를, 59조는 인생의 요도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인생의 요도ㆍ공부의 요도는 원불교 교리가 지향하는 신앙과 수행의 병진 실행, 수도와 생활의 일원화, 생활 속에서 불법 활용으로 현실 삶 속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낙원을 건설하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李聖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