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선진나루터에서 입정에 들다
8-2. 선진나루터에서 입정에 들다
서문성 교무의 '소태산대종사 생애 60가지 이야기'
[1565호] 2011년 04월 29일 (금) | 서문성 교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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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태산대종사 입정에 들었던 영산 선진나루터.(원기28년 촬영)
소태산대종사가 스물 네살(1914년) 들어설 무렵, 노루목 집에는 빗물이 새어 방바닥은 도랑이 되어 분별없이 앉은 소태산대종사의 무릎 아래에 그득히 고였다. 그래도 소태산대종사는 우두커니 앉아 선정만 들었다.
노루목 지붕에 눈이 수북이 쌓이면 시봉하던 이원화가 빗자루로 지붕을 쓸었다. 그리고 소태산대종사가 덮을 것이 없자 이원화가 자신의 치마를 덮어 주었다.
어느 날, 이원화가 품을 팔아서 겨우 보리밥 한 그릇을 준비하여 소태산대종사에게 올리고 다시 품 팔러 들에 나갔다가 점심때가 훨씬 기울어서야 돌아왔다. 그때까지 소태산대종사는 밥상 앞에서 등상불이 되어 있었다. 가까이 와본 이원화는 깜짝 놀랐다. 깡 보리밥은 바짝 말라 더욱 새까맣게 되었고, 거기다가 파리 떼가 다닥다닥 달라붙어서 쳐다보기도 징그러웠다. 이원화가 기가 막혀 말했다.
"아이고, 세상에 이게 다 무슨 일이란 말이요? 아침 밥상 앞에서 지금까지 등상불이 되어 있다니요."
그제서야 소태산대종사는 눈을 뜨고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앉아만 있게 되었나."
소태산대종사의 나이 24~25세경부터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였다.
소태산대종사는 고창 연화봉 초당에서 수양을 하고 돌아온 스물다섯 살 때부터 갈수록 깊은 입정삼매에 빠져들어 주위 사람들의 눈에는 완전히 폐인으로 보였다.
영산에서 산길로 와탄천(臥灘川)을 따라 1㎞쯤 가면 도로변에 큰 정자나무가 서 있는 나루터에 이르게 된다. 이곳이 길룡리나 장산리, 천정리 등 인근 사람들이 와탄천을 건너 법성포로 내왕하는 선진나루터다.
이 나루에는 나룻배 뿐 만이 아니라 일본인 지주들이 소작료로 쌀을 거두어들여 법성포를 통해 군산이나 목포로 운반할 때 이곳을 이용했다.
소태산대종사가 노루목 집에서 적공하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법성포 장터에 가기 위하여 선진나루터까지 왔다. 나루터 옆에는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 있어 소태산대종사는 이 느티나무 아래 한쪽에서 잠시 땀을 식히려 섰다가 그대로 입정삼매에 빠져들었다. 법성포 장터에 가던 사람들은 소태산대종사가 보이지 않자 집으로 돌아간 줄 알고 그들끼리 배를 타고 출발했다. 장을 보러 간 사람들은 장에서 볼 일을 다 보고 다시 선진나루터로 돌아와 보니 집으로 간줄 알았던 소태산대종사가 느티나무 한쪽 아래에서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여보게, 자네 처화 아닌가? 여기서 무얼하고 있나."
소태산대종사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인지 송장인지도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가까이 가서 흔들었다.
"이 사람아, 정신 좀 차리게. 이게 무슨 꼴인가."
몇 번을 되풀이하여 흔들고 난 후에야 소태산대종사는 감겼던 눈을 뜨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응, 여기가 어딘가? 지금이 어느 때야."
"어딘 어딘가, 선진포지. 지금 곧 해가 넘어갈 무렵이네. 정신 똑똑히 차리고 잘 생각해 봐."
한참동안 사람들을 멀뚱멀뚱 쳐다보던 소태산대종사는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중얼거리고, 다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장꾼들이 이를 보고 집에 전해주어 소태산대종사를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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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정 (入定)
⑴ 선정(禪定)에 들어가는 것. 각종 법회나 기도식 때에 먼저 입정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은 후에 각항 순서를 진행하게 된다. ⑵ 마음을 한곳에 통일하여 신·구·의 삼업 짓기를 그치는 것. ⑶ 참선하기 위하여 선방에 들어가는 것. ⑷ 스님의 열반.
적공 (積功)
(1)오래 오래 수행 정진하는 것. 삼학 수행을 병진하여 삼대력을 갖출 때까지 용맹 정진하는 것. (2)심고·기도·염불·좌선등으로 심공(心功)을 쌓아가는 것. (3)어떠한 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많은 공을 들이는 것. (4)덕을 베풀고 공(功)을 이루어 많은 공적을 쌓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