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일기법(日記法)
정전(正典)
제3 수행편(修行編)
제6장 일기법(日記法)
1. 일기법의 대요
재가·출가와 유무식을 막론하고 당일의 유무념 처리와 학습 상황과 계문에 범과 유무를 반성하기 위하여 상시 일기법을 제정하였으며, 학원이나 선원에서 훈련을 받는 공부인에게 당일내 작업한 시간 수와 당일의 수입·지출과 심신 작용의 처리건과 감각·감상을 기재시키기 위하여 정기 일기법을 제정하였나니라.
2. 상시 일기법
1. 유념·무념은 모든 일을 당하여 유념으로 처리한 것과 무념으로 처리한 번수를 조사 기재하되, 하자는 조목과 말자는 조목에 취사하는 주의심을 가지고 한 것은 유념이라 하고, 취사하는 주의심이 없이 한 것은 무념이라 하나니, 처음에는 일이 잘 되었든지 못 되었든지 취사하는 주의심을 놓고 안 놓은 것으로 번수를 계산하나, 공부가 깊어가면 일이 잘되고 못된 것으로 번수를 계산하는 것이요,
2. 학습 상황 중 수양과 연구의 각 과목은 그 시간 수를 계산하여 기재하며, 예회와 입선은 참석 여부를 대조 기재하는 것이요,
3. 계문은 범과 유무를 대조 기재하되 범과가 있을 때에는 해당 조목에 범한 번수를 기재하는 것이요,
4. 문자와 서식에 능하지 못한 사람을 위하여는 따로이 태조사(太調査) 법을 두어 유념 무념만을 대조하게 하나니, 취사하는 주의심을 가지고 한 것은 흰 콩으로 하고 취사하는 주의심이 없이 한 것은 검은 콩으로 하여, 유념·무념의 번수를 계산하게 하는 것이니라.
3. 정기 일기법
1. 당일의 작업 시간 수를 기재시키는 뜻은 주야 24시간 동안 가치 있게 보낸 시간과 허망하게 보낸 시간을 대조하여, 허송한 시간이 있고 보면 뒷날에는 그렇지 않도록 주의하여 잠시라도 쓸데 없는 시간을 보내지 말자는 것이요,
2. 당일의 수입·지출을 기재시키는 뜻은 수입이 없으면 수입의 방도를 준비하여 부지런히 수입을 장만하도록 하며 지출이 많을 때에는 될 수 있는 대로 지출을 줄여서 빈곤을 방지하고 안락을 얻게 함이며, 설사 유족한 사람이라도 놀고먹는 폐풍을 없게 함이요,
3. 심신 작용의 처리건을 기재시키는 뜻은 당일의 시비를 감정하여 죄복의 결산을 알게 하며 시비 이해를 밝혀 모든 일을 작용할 때 취사의 능력을 얻게 함이요,
4. 감각이나 감상을 기재시키는 뜻은 그 대소 유무의 이치가 밝아지는 정도를 대조하게 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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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법[日記法]
[개요]
일원상의 진리를 각득하고 생활화하기 위해 교리의 실천에 그 표준을 두고, 일분 일각도 끊임없이 마음 공부한 내용과 그 결과를 반성 대조하는 법. 소태산대종사는 “이 일기법은 우리 수도인에게 있어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인류에게도 없지 못할 필요한 법이 될 것이다”(《금강산의 주인》)고 밝히면서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기법은 상시 일기법과 정기 일기법이 있는데, 상시일기법은 유ㆍ무념과 학습상황과 계문에 범과 유무를 기재하고, 정기일기법은 작업 시간 수와 수입 지출과 심신 작용의 처리건과 감각감상을 기재한다. 따라서 원불교 일기법은 일반적인 생활일기와 달리, 마음 공부한 내용과 그 결과를 조사하고 평가하여 좀더 진급하는 생활을 하자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원불교 일기법의 대요]
《정전》 수행편 ‘일기법’의 대요에 “재가출가와 유무식을 막론하고 당일의 유무념 처리와 학습 상황과 계문에 범과 유무를 반성하기 위해 상시일기법을 제정했으며, 학원이나 선원에서 훈련을 받는 공부인에게 당일 내 작업한 시간 수와 당일의 수입 지출과 심신작용 처리건과 감각감상을 기재시키기 위해 정기일기법을 제정했나니라”고 밝히고 있다.
원불교 일기법이란 교리를 훈련받으면서 그 교리를 일상생활에서 익히고 실천하며 경계를 대할 때마다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한 후 심신 작용의 처리를 반성하고 대조하며, 보고 듣고 생각하는 가운데 느낀 감각이나 감상이나 심신작용의 처리 건을 기재하여 그 실행여부를 점검하고 지행을 대조하여 일분일각도 허송하는 일이 없이 끊임없는 노력으로 공부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원불교 일기법은 상시일기와 정기일기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상시일기는 상시훈련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당일의 유ㆍ무념 처리와 학습상황과 계문의 범과 유무를 반성대조하는 것이며 상시로 삼학의 병진을 대조하게 하는 법이다. 정기일기는 정기훈련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당일의 작업시간 수와 수입 지출과 심신작용의 처리 건이며 감각감상을 기재하게 하는 것이다.
[형성과정]
원불교 일기법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성계명시독(誠誡明示讀)
원불교 일기법의 원형은 교단 초창기인 1917년(원기2)에 소태산이 제자들의 마음공부 실적을 조사하기 위해 사용했던 성계명시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매월 3회씩 삼순일로 예회를 볼 때 10일 동안 지낸 마음을 조사하여 그 신성진퇴와 실행여부를 대조하게 했다. 그 신성조사 방법은 푸른색ㆍ붉은색ㆍ검은색의 세 가지 색깔로 구분하여, 신성이 제일가는 자는 그 이름 아래 푸른색을 표시하고 그 다음은 붉은색, 검은색을 표시하여 단원의 신성등급을 알게 한 것이다.
② 단원성적(團員成績) 조사법
1928년(원기13) 《월말통신》 창간호에 단원성적 조사법이 수록되어 있다. 매월 16일에 1회씩 단원의 성적을 조사하는 바 단장이 있으면 단장이 하고 단장이 없으면 중앙이 대리로 하게 했다. 조사 양식은 조사 연월일, 출석, 공부성적(좌선ㆍ염불ㆍ교과서 연습ㆍ취사실행), 사업성적(정신근고ㆍ육신근고ㆍ금전혜시), 의견제출(공부방면ㆍ사업방면ㆍ생활방면)로 되어 있다. 《월말통신》 제2호에서는 위의 단원성적 조사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출석여부를 점검하고 공부성적과 사업성적 그리고 의견제출 각 항목에 대하여 갑ㆍ을ㆍ병ㆍ정ㆍ무ㆍ불(甲乙丙丁戊不)의 6단계로 조사하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단원 성적 조사법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상시일기의 내용이며 이를 기초로 상시일기법이 제정되었다.
③ 태조사(太調査) 유무념 공부
《월말통신》 제14호(1929년, 원기14) 영광지부 〈삼예회약록〉을 보면 “태조사는 회원 중 일기의 유무념 대조법을 이행하기 불가능한 사람에 한하여 김기천의 방침으로 흰콩과 검은콩을 사용하여 매일 유ㆍ무념을 기입하게 하고 매 예회마다 이를 조사하여 일기법과 유ㆍ무념 대조표 시행의 예습이 되게 하는 규례가 있는바 폐회 후에 즉시 태조사를 마치고 산회하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를 통하여 유ㆍ무념 시행의 기원을 알 수 있으며 태조사는 당시 일기 및 유ㆍ무념 대조법을 이행할 수 없는 이에 한하여 시행했음을 알 수 있다.
④ 불법연구회 통치조단규약
1931년(원기16)에 발행된 《불법연구회 통치조단규약》에서는 일기법의 양식과 기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으며 상시 일기의 형태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일기 내용을 요약하면 재가응용주의사항 6조, 재가공부인이 교무부에 와서 하는 책임 6조, 사업성적, 의견제출, 삼십계문, 유ㆍ무념 등이다.
⑤ 《보경육대요령》
1932년(원기17)년 간행 된 《보경육대요령》에서는 훈련법을 정기훈련법과 상시훈련법으로 나누고 있고, 제3장 훈련편의 공부의 요도 정기훈련과목 중 정기일기가 들어있다. 이 정기일기는 작업취사 과목으로 되어 있으며, “감각이나 또는 감상된 바를 기재시키는 뜻은 그 크고 작음과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지견의 얻은 바를 대조하게 함이다”고 했다. 감각과 감상이 작업취사 과목인 이유는 감각 하나만이 뜻하는 자각적 이해에서 벗어나 사물에 대한 근원과 실제 그리고 이를 접하는 공부인의 올바른 취사는 무엇인가에 대해서까지 이해하게 하며, 불의는 버리고 정의는 취하는 취사력을 얻을 수 있는 작업취사의 밑거름을 삼고 있다.
⑥ 《불교정전》
1940년(원기25)부터 편집을 시작한 《불교정전》에서는 “감각이나 혹은 감상 건을 기재시키는 뜻은 그 대소유무의 진리가 밝아지는 정도를 대조하게 함이요”라 하여 또 다시 정의를 새롭게 하고 있는데, 이는 이전 작업취사 과목이었던 정기일기를 사리연구 과목으로 전환하며 ‘감각감상’은 대소유무의 이치, ‘심신작용 처리건’은 시비이해의 일을 연마하고 궁구하게 하여 사리연구 본연의 목적에 귀결시킨 것으로 보여진다. 그 후 1943년(원기28)에 발간된 《불교정전》에는 일기법의 내용이 상시일기의 대요와 정기일기의 대요, 일기의 내력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현재의 일기법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원불교 일기법의 의미]
원불교 일기법의 형식과 방법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일기법의 형성과정을 통하여 이어져 내려온 원불교 일기법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 성계명시독에서의 의미는 신성의 진퇴와 행실의 선악을 대조하고 지도자(소태산)가 직접 조사하고 감정했다는 점이다.
② 단원성적 조사법의 의미는 성적 조사양식과 각 항목에 대하여 갑ㆍ을ㆍ병ㆍ정ㆍ무ㆍ불의 6단계로 조사했다는 점이다.
③ 태조사법의 의미는 유ㆍ무념 대조공부의 기원이 되었다.
④ 《불법연구회통치조단규약》의 의미는 상시 일기법의 양식과 기재가 구체화되었으며, 일기를 교화단을 통해서 점검하고 있다는 점이다.
⑤ 《보경육대요령》의 의미는 훈련법이 정기훈련법과 상시훈련법으로 나누어지고, 정기훈련과목으로 정기일기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⑥ 《불교정전》의 의미는 정기일기는 연구과목 본연의 목적에 귀결하고 상시일기법과 정기일기법의 대요를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원불교 일기법의 의미는 교법을 실천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교법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행실을 대조하고 조사하고 평가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인데, 일기법이 바로 교리실천 정도를 동정간에 대조, 조사, 평가하는 방법이고, 아무리 조사를 잘 하여도 감정을 받지 않으면 변화가 없는데 지도자(단장)와 조직(교화단)을 통해 지도(문답 감정 해오)를 받도록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원불교 일기법은 일기를 기재하는 목적과 일기를 조사하는 방법과 일기를 감정하는 통로가 중요한 핵심이다.(원불교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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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일기[常時日記]
원불교 훈련 11과목 중 취사과목으로 상시로 삼학의 병진을 대조하는 일기. “재가ㆍ출가와 유무식을 막론하고 그날 하루의 유무념 처리와 학습 상황과 계문에 범과 유무를 반성하기 위한 일기”(《정전》 수행편). 상시일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유무념 대조공부
유무념 대조는 하기로 한 일과 하지 않기로 한일을 잊지 않고 실행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유념이란 하자는 조목과 말자는 조목에 주의심을 가지고 한 것이고, 무념은 주의심이 없이 한 것이다. 유무념 대조의 목적은 공부인에게 모든 일에 주의심을 배양시키자는 것이다. “유념공부는 곧 일용행사에 그 마음 대중을 놓지 않는 것이니, 이른바 보는 데에도 대중 있게 보고 듣는 데에도 대중 있게 듣고 말하는 데에도 대중 있게 말하고 동할 때에도 대중 있게 동하고 정할 때에도 대중 있게 정하여 비록 찰나간이라도 방심을 경계하고 정념(正念)을 가지자는 공부니라”(《정산종사법어》 경의편23).
② 학습 상황
학습 상황을 기재하는 것은 정성으로 쉼 없이 공부하는 마음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학습상황은 당일의 생활에 수양과 연구의 학습상황을 대조하여 부족한 점을 챙겨서 나태심을 뿌리 뽑고 분발심을 북돋아 공부에 대한 용맹불퇴의 증진심을 배양하자는 것이다. 하루의 공부와 생활이 수양과 연구가 골라 맞게 되었는가를 반성하여 본다. 모든 과목 중 각자가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과목을 살펴서 거기에 더 보충해서 골라 맞게 하는 것이다.
③ 계문의 범과 유무
계문을 잘 지키자는 것은 불의를 행하지 않고 정의를 실천하는 힘을 길러서 악업은 멀리하고 선업은 가까이 하여 복을 짓는 생활을 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상시일기는 상시로 삼학 수행을 대조하는 일기이며 자각적 수행을 촉진하는 정진표이다.(원불교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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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일기법[常時日記法]
[개요]
재가출가와 유ㆍ무식을 막론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실시하는 일기. 상시일기는 당일의 유ㆍ무념 처리와 학습 상황과 계문의 범과 유무를 기재하는 것으로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실행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작업취사공부이다. 당일의 심신 동작의 상황을 기재하고 반성하여 골라 맞는 삼학공부를 하는 것이다.
[내용]
① 유ㆍ무념 대조공부
유념 처리라 함은 육근을 작용할 때 취사하는 주의심을 놓지 아니하고 실행하는 것을 이름이요. 무념처리라 함은 육근을 작용할 때 취사하는 주의심이 없이 하고 싶은 데 끌리고 하기 싫은 데 흔들려서 되는 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유ㆍ무념의 수를 기재할 때는 유념으로 처리한 경계수와 무념으로 처리한 경계수를 기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진심(瞋心)을 내지 말라는 계문에 대하여 어느 역경을 당할 때 취사심 없이 진심을 낸 것은 무념처리요, 취사를 하여 진심을 내지 않은 것은 유념처리로 할 것이니, 모든 유ㆍ무념 처리 수 분간을 이와 같이한다.
단, 유ㆍ무념을 대조시키는 본의(本意)는 매일 육근을 작용할 때 잘된 일은 몇 가지며, 잘못된 일은 몇 가지인지를 알기 위함이니, 잘된 일은 복이 오고 잘못된 일은 죄가 오는 것인 고로, 죄는 짓지 아니하고 복만 짓게 하는 간이한 방법이다. 모든 일을 당해서 심신을 작용할 때에 방심하지 않고 마음을 챙겨서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주의심을 갖고 처리한 것을 유념이라 하고 아무 대중없이 방심하여 처리한 것을 무념이라 한다. 주의를 떠나서 따로 유ㆍ무념 공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경계에 대해 방심하지 말고 유념을 하자는 것이 유ㆍ무념 대조이고, 주의공부는 하기로 한 일과 안 하기로 한 일을 경우에 따라 잊어버리지 아니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유념공부 하는 것과 주의 공부하는 것은 내용이 같다. 일을 당해서 취사하는 주의심이 주의 공부이다. 주의 공부를 잘하기 위해 유ㆍ무념을 대조하는 것이다. 주의 공부를 대조하고 촉진하는 공부가 유ㆍ무념 대조이다. 그리고 유ㆍ무념 번수 계산은 처음에는 일이 잘 되었든지 못 되었든지 취사하는 주의심을 놓고 안 놓은 것으로 번수를 계산하나, 공부가 깊어 가면 일이 잘되고 못된 것으로 번수를 계산하는 것이다.
② 학습 상황 대조공부
학습 상황 중 수양과 연구의 각 과목은 그 시간 수를 기재하며, 예회와 입선은 참석 여부를 대조 기재하는 것이다(《정전》 수행편6). 수양과 연구 과목을 대조하는 것은 실행했는가를 대조하는 것이다. 대조하여 반성해서 더욱 공부심을 촉진하는 것이다. 기재는 열심히 해도 반성이 없으면 일기를 잘한 것은 아니다. 기재하는 데에 중심을 두어서는 안 된다. 수양과 연구를 촉진시키는 공부이다. 하루의 공부가 수양과 연구가 골라 맞게 되었는가, 반성하는 것이다.
③ 계문 범과 유무 대조공부
계문은 범과 유무를 대조 기재하되 범과가 있을 때에는 해당 조목에 범한 번수를 기재하는 것이다(《정전》 수행편6). 공부인의 일상생활은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될 일이 있을 것이며 하지 말아야 될 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계문이다. 계문을 기재하는 방식은 자기가 표준잡고 있는 계문대조에 대하여 그날의 범한 번수를 기재하는 것이다. 매일 범한 번수를 기재시키는 뜻은 범하는 번수를 줄여 가면 급기야는 기재할 것이 없는 경지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계문을 범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결론이며 육근활용이 정당하지 못하고서는 바른 취사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작업취사의 훈련 진행에 이 상시일기가 포함되어 있다.
④ 태조사 공부
문자와 서식에 능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는 따로이 태조사법을 두어 유념 무념만을 대조하게 하나니, 취사하는 주의심을 가지고 한 것은 흰 콩으로 하고 취사하는 주의심이 없이 한 것은 검은 콩으로 하여, 유념 무념의 번수를 계산하게 하는 것이다(《정전》 수행편6). 원불교법을 큰 도라고 하는 것은 깊은 진리를 밝힌 도임과 동시에 유ㆍ무식 남녀노소 선악 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실천하는 공부이기 때문이다. 무식한 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법이 태조사 공부이다. 또한 태조사법은 유ㆍ무념 공부를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유ㆍ무념을 계산 하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보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유ㆍ무념 시계, 유ㆍ무념 목걸이 등 유ㆍ무념을 쉽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원불교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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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념대조법[有無念對照法]
심신을 작용할 때 유념으로 처리했는지 무념으로 처리했는지 대조하여 공부하는 법. 유념 또는 무념으로 처리한 번수를 조사하여 기재하게 함으로써 일상의 삶이 공부의 표준에 맞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대조의 방법은 공부의 정도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처음에는 경계를 대하여 마음을 멈추어 생각하고 취사했으면 유념, 멈추지 않고 생각할 여유도 없이 되는 대로 처리했으면 무념으로 기재한다.
멈추는 공부가 되면 하자고 하는 조목과 말자고 하는 조목을 표준으로 기재한다. 공부가 순숙되면 그 일의 결과가 잘되고 못된 것까지를 기준으로 기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계문, 솔성요론, 일상수행의 요법, 상시응용주의사항 등이 표준이 된다. 공부가 더욱 순숙되면 각자의 심계(心戒)를 정하여 세밀한 마음의 작용과 취사의 결과를 대조하여 자신의 인격을 완성해 간다. 이와 같이 오래오래 계속하면 동정(動靜)이 한결같은 공부를 성취하여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원불교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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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일기법[定期日記法]
[개요]
정해진 기간에 훈련받는 공부인이 기재하는 일기. 정기일기는 당일 내 작업 시간 수와 수입 지출과 심신작용의 처리건과 감각감상을 기재하는 것으로 사리연구 훈련과목에 속한다.
[방법]
① 작업 시간 수
작업 시간이란 무슨 일이나 안ㆍ이ㆍ비ㆍ설ㆍ신ㆍ의 육근을 작용한 시간을 말한다. 가치 있는 시간이란, 첫째 육근을 작용할 때 주의심과 공부심으로 마음을 챙긴 시간(일심된 시간)이며, 둘째 일심된 시간으로 실지 외적으로도 가치 있는 자신도 유익하고 타인도 유익한 시간이라 볼 수 있다.
당일의 작업 시간 수를 기재시키는 뜻은 그 날 그 날 주야 24시간 동안 가치 있게 보낸 시간과 허망하게 보낸 시간을 대조하여, 허송한 시간이 있고 보면 뒷날에는 그렇지 않도록 주의하여 잠시하도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말자는 것이다. 작업 시간 수의 기재 방법은 1단계로 실행여부를 기재하고, 2단계는 일심정도를 기재하며, 3단계는 유익정도를 기재한다. 작업 시간 수의 평가 기준은 허망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다.
② 수입 지출
원불교 공부법은 모든 재주와 모든 물질과 모든 환경을 오직 바른 도로 이용하도록 하는 데 있다. 재주ㆍ물질ㆍ환경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마음을 쓴다는 것이므로 힘미치는 대로 정당한 수입과 정당한 지출로써 원만한 경제력을 갖추는 훈련을 하자는 것이다.
당일의 수입 지출을 기재시키는 뜻은 수입을 장만하고 지출을 방지하기 위해 첫째 수입의 방도를 준비하여 부지런히 수입을 장만하고, 둘째 지출을 줄여서 빈곤방지와 안락을 성취하고, 셋째 유족한 사람도 놀고먹는 폐풍을 없애자는 것이다. 수입 지출의 기재 방법은 1단계는 수입 지출 기재 여부이다. 수입 지출을 파악하기 위해 수입과 지출을 기재한다. 수입출처와 지출내용을 파악하여 수입이 없을 때는 수입의 방도를 준비한다. 2단계는 수입 지출 대조이다. 지출이 많은 경우 지출 줄이는 방도를 마련하다. 수입 지출의 평가 기준은 수입 지출된 금액이다.
③ 심신 작용의 처리건
심신 작용이란 마음과 몸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마음과 몸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능히 은혜도 받고 해독도 받게 된다. 당일에 경계를 당하여 심신을 어떻게 사용하고 처리했느냐를 기재시키는 뜻은, 첫째 당실의 시비를 감정하여 죄복의 결산을 알게 하자는 것이며, 둘째 시비이해를 밝혀 모든 일을 작용할 때 취사의 능력을 얻게 하자는 것이다.
심신 작용의 처리건 기재 방법은 1단계로 경계발견이다. 경계란 육근을 통해 접촉되는 일체 현상을 말한다. 경계의 종류는 마음을 유혹하는 순경과 마음을 거슬리는 역경과 마음이 게을러진 공경이 있다. 2단계는 일어난 마음 바라보기이다. 일어난 마음을 자세히 바라보며 분별성과 주착심을 알아차린다. 분별성은 예쁘고 밉고 좋아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잠시 잠시 일어나는 것이요, 주착심은 그 분별성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때가 정신이다.
3단계는 원래 마음 대조하기이다. 심지는 원래 요란함도 어리석음도 그름도 없건마는 단지 경계 따라 순간순간 일어나는 것이므로 경계를 따라 분별성과 주착심에 끌릴 때마다 경계 이전의 마음(원래 마음)에 대조하여 청정하고 온전한 마음을 세우자는 것이며 경계마다 교법에 대조하여 온전한 마음과 바른 판단과 바른 취사를 얻자는 것이다. 4단계는 시비 감정이다. 경계 따라 일어난 마음에서 마음대조하여 원래마음 회복하면 스스로 옳고 그름이 감정되어지고 스스로 죄복의 결산이 되어 진다. 5단계는 취사의 능력이다. 모든 일을 작용할 때 바른 판단과 바른 취사의 능력을 얻자는 것이다. 심신작용의 처리건의 평가 기준은 경계발견, 일어난 마음 바라보기, 원래마음 대조하기, 시비 감정하기, 취사능력 얻기 이다.
④ 감각감상
감각은 감촉(감응하여 접촉함)되어 깨닫는 것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사물이나 경계를 대할 때 문득 자기의 마음속에 스스로 일어나는 깨달음을 말하며, 감상은 일상생활 속에서 사물이나 경계를 대할 때 마음속에 느껴지는 생각을 말한다. 감각감상은 기재시키는 뜻은 그 대소유무의 이치가 밝아지는 정도를 대조하게 함이다. 감각의 실례는 《대종경》 서품 1장으로 진리의 깨달은 내용이 있으며, 감상의 실례는 《대종경》 천도품 6장(화재보험 제도를 보시고 영생보험을 생각하신 것), 《대종경》 실시품 26장(돼지 자웅이 노는 것을 보고 인생의 무상을 느낀 것), 《회보》 제17호(바람에 궁구는 양철세면기를 본 나의 감상) 등이 있다. 감각감상의 평가 기준은 대소유무의 이치가 밝아진 정도이다.(원불교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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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기재하는 것이 바른 공부
일기법은 재가·출가와 유무식을 막론하고 모든 공부인이 정기와 상시의 훈련을 받게 하고 정기 훈련을 받을 때는 정기 일기를 쓰게 하고 상시 훈련을 할 때에는 상시 일기를 쓰게 하여 정기와 상시의 훈련이 이어지게 하여 일분 일각도 허송됨이 없이 공부가 계속되도록 일기로써 점검 대조하는 공부법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유·무념 처리와 학습 상황과 계문에 범과 유무를 점검하고 반성하여 항상 진급하는 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하여 상시 일기법을 제정하였다.
교당이나 훈련 기관에서 훈련을 받는 공부인에게 당일 내 작업한 시간 수와 수입 지출과 심신 작용의 처리건과 감각 감상을 기재시켜 훈련을 통하여 허송세월을 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고 작업취사의 자료를 준비하기 위하여 정기 일기법을 제정하였다.
상시 일기는 작업취사 공부 과목이며 정기 일기는 사리연구 공부 훈련과목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념·무념은 취사하는 주의심을 가지고 처리 하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번수를 기재하는 것이며, 수양과 연구의 과목은 시간수를 기재하며, 예회와 입선은 참석 여부를 기재하는 것이다.
또한 계문은 범과의 번수를 기재하여 자신의 변화를 스스로 확인하고 마음을 챙기도록 하는 것이다.
정기 일기법에서는 작업 시간수를 기재하여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그 시간을 일심으로 하였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항상 목적반조를 할 수 있어야 허송세월로 보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수입 지출을 기재하는 것은 계획성 있는 생활로 적자 인생을 살지 않도록 하자는데 있는 것이다.
심신 작용의 처리 건을 기재하는 것은 대소유무의 이치 따라 시비이해를 판단하여 작업취사 공부의 자료를 삼기 위함이며, 감각 감상을 기재하는 것은 대소유무의 이치가 밝아지는 정도를 알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상시 일기는 스스로 점검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정기 일기는 지도자나 스승에게 감정을 받는데 중점을 둔 공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심신 작용 처리 건이나 감각 감상을 기재 하면서 남에게 보이기 위한 마음으로 기재하여 감동을 주는 글들이 많았다면 일기법의 본의에 어긋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상황을 기재하여 감정인이 바로 이해하고 감정을 할 수 있도록 기재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 남천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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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과 지혜를 장만하는 일기법
중학교시절 학교에서 내준 숙제의 하나로 매일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것에 대한 감상을 적는 정도의 소박한 일기를 쓰고 있던 나는 〈원불교교전〉에서 처음 일기법을 보고 매우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종교는 영혼이나 정신의 문제에 대해 공부하는 곳으로만 알았는데 종교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일기법이 나로 하여금 원불교는 실용적이고 매력적인 종교라는 생각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소태산대종사께서 일기법을 밝혀주신 까닭은 무엇일까? 대개 사람들은 복을 받고 싶어 하고 죄받기는 싫어하지만, 복과 죄가 어디로부터 오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복 받을 만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복받기를 원하므로 복은 더 멀어지고 오히려 죄고로 빠지기도 한다. 노력하지 않고 복받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밥을 먹지 않고 배부르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허망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복을 받을 수 있을까? 대종사님은 삼대력 공부를 잘해서 수양, 연구, 취사의 삼대력을 얻고 보면 혜복이 쌓여 영원무궁토록 복락을 수용하게 된다고 하셨다. 삼대력을 얻으려면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와 교당내왕시주의사항 6조와 계문 이행 등 일기법을 실행함이 빠른 길이니, 일기법은 삼대력을 얻도록 촉진시키는 공부법이다.
일기법의 형성과정을 보면 신성의 진퇴와 행실의 선악을 대조하고 대종사께서 직접 조사하고 감정했던 성계명시독, 각 항목에 대하여 갑을병정무불의 6단계로 조사했던 단원성적조사법, 흰콩과 검정콩으로 유무념 대조공부의 기원이 되었던 태조사법, 상시일기법과 정기일기법의 대요를 구체화한 일기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일기법은 교법을 실천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생활에 대조하여 조사하고 평가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일기법이 바로 교리실천 정도를 대조하고 조사하여 평가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지도자인 단장에게 교화단 조직을 통해 지도를 받아서 생활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성숙시키는 것이 원불교에서 일기를 기재하는 목적이다.
일기는 누구에게 제출하여 평가받기 위함이 아니며 아름다운 글쓰기도 아니므로 있는 그대로 기재하기에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일기는 우리의 교리와 제도와 의식을 철저히 알아서 실천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조사해야 하며, 자신의 잘못된 전생 습관과 금생의 허물을 고쳐서 복 짓고 지혜 닦는 생활로 일관하리라는 굳은 결심으로 물샐 틈 없이 탄탄한 새 생활을 계획하고 실천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일기기재를 통해 하루하루를 좀 더 값지고 알차게 공부하면서 보은하자는 데 큰 뜻이 있으며, 허송시간을 줄이고, 순간순간을 마음공부에 공을 들이며 악습을 고치고 선행을 촉진하여 빈틈없고 원만한 진리적 새 생활을 하여 진급이 되고 은혜를 장만하는 공부를 하자.
민성효 교무 / 원불교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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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하고 복짓는 유무념 대조 공부
원불교 일기법은 일반적인 생활일기와는 달리 마음공부와 죄복결산의 결과를 기재하여 매일 매일 진급하고 은혜로운 생활을 하게 하는 공부법이다. 재가 출가교도들을 고루 훈련시키기 위하여 제정한 일기법에는 상시일기와 정기일기가 있고, 상시일기는 유무념과 학습상황과 계문의 범과 유무를 기재한다.
유무념 대조법에서 유념은 육근을 작용할 때 취사하는 주의심을 놓지 아니하고 실행하는 것을 말하고, 무념은 육근을 작용할 때 취사하는 주의심 없이 하고 싶은데 끌리고 하기 싫은데 흔들려서 되는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유무념의 수를 기재할 때는 유념으로 처리한 경계수와 무념으로 처리한 경계수를 기재하는데, 일기를 처음 하는 사람은 일이 잘 되고 잘못된 것에 관계없이 마음을 챙긴 횟수가 절반 이상이면 유념으로 하고 절반 미만이면 무념으로 처리하였지만, 공부가 깊어 가면 마음을 챙긴 횟수에 관계없이 일이 잘 되고 잘못된 것으로 유념과 무념을 구분하였다. 예를 들면 30계문에 진심을 내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역경을 당할 때 생각없이 진심을 낸 것은 무념이요, 취사를 하여 진심을 내지 않은 것은 유념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유무념을 대조시키는 뜻은 잘된 일은 복이 되고 잘못된 일은 죄가 되므로, 매일 육근을 작용할 때 죄는 짓지 않고 복만 짓게 하는 방법이다.
이 공부를 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해야 할 일은 일원상 진리의 신앙과 수행, 삼학팔조와 사은사요를 실천하는 것, 솔성요론과 일상수행의 요법을 수시로 대조하고 실행하자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불신과 탐욕과 게으름과 어리석음을 비롯하여 30계문을 범하지 않는 것이다.
대산종사는 유무념 대조를 하는 데도 단계가 있다고 하셨다. 1단계는 자신의 습관을 유무념 표준으로 하는 단계로 자기가 길들이거나 없애야할 습관을 유무념의 항목으로 정하는 것인데, 유무념공부를 처음으로 하는 사람들이 요령을 잡는데 매우 유익하고, 이미 여러 곳에서 실행하여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2단계는 주의심을 표준으로 하는 단계로 모든 일을 취사하는데 일단 멈추어 생각하는 주의심을 챙기며 취사하는 것을 유념으로 하고, 주의심이 없이 하는 것을 무념으로 하는 단계이다. 경계를 알아차려서 경계에 속지 않고 본래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3단계는 일의 결과를 표준으로 하는 단계이다. 주의심으로 실행하여 성공한 결과까지를 보고 유념으로 하는 단계이다. 4단계는 일심상태의 지속여부를 표준으로 하는 단계로 한 단위의 일이나 한 단위의 일과에 일심상태가 지속됨을 유념으로 표준 잡는 것이다.
대산종사는 언제나 작은 가방속에 상시일기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챙기지 않아도 저절로 되실 것 같은데 여전히 공부를 하신 것이다.
<민성효 교무 / 원불교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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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로 진급하는 공부인
상시 일기법의 학습상황과 계문의 범과 유무, 정기 일기법의 당일 내 작업한 시간 수와 당일의 수입·지출에 대해 살펴보자.
원기13년 단원성적조사법 내용을 기초로 상시 일기법이 제정되었다.
①학습상황에서 수양과 연구는 실행한 시간수를 기재하며, 예회와 입선은 참석 여부를 대조 기재한다. 학습상황을 대조하는 목적은 공부인으로 하여금 계획성 있는 생활로, 하루의 공부와 생활에서 수양과 연구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생활을 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서,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여 삼대력을 병진할 수 있도록 하는 공부법이다.
②공부인이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될 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계문이다. 계문은 범과 유무를 대조 기재하되 범과가 있을 때에는 해당 조목에 범한 번수를 기재하는 것이다. 계문을 잘 지키는 것은 불의를 행하지 않고 정의를 실천하는 힘을 길러서 악업은 멀리하고 선업은 가까이 하여 복짓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계문을 범한 번수를 기재하는 것은 매일매일 생활을 대조하고 반성하여 불의는 죽을 힘을 다해 하지 않고 육근동작을 절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얻어서 죄업을 방지하기 위한 공부법이다.
③당일의 작업 시간 수를 기재시키는 뜻은 하루 동안 가치 있게 보낸 시간과 허망하게 보낸 시간을 대조하여, 허송한 시간이 있으면 다음에는 시간을 잘 활용하여 허송시간을 줄이고, 복과 혜를 장만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작업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노동을 하는 것을 말하지만, 여기서 작업은 일반적인 의미를 포함하여 안이비설신의 육근을 움직이는 것 모두를 말한다. 허송시간을 줄이려면 반드시 계획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자기 인생의 목표가 분명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장단기 계획을 세워서 생활하되 매일 매일 목표에 맞는 생활을 하면 언젠가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④당일의 수입·지출을 기재시키는 뜻은 하루를 지내고 수입과 지출을 대조하여 바람직한 생활을 하였는가를 점검해서 수입이 없으면 수입의 방도를 연구하여 수입을 늘리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서, 놀고먹는 폐풍을 없애자는 것이다. 여기서 수입과 지출은 현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금전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은혜를 입었는지도 체크해 보아서 빚지지 않고 복 짓는 생활을 하기 위함이다.
일기 기재는 지도를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과 같다. 사업하는 사람이 하루, 한 달 또는 일 년을 정확히 있는 그대로 결산함으로써 현황을 파악하고 사업의 방향을 세워나갈 수 있듯이 우리 공부인도 일기를 통해 나날이 대조하는 공부를 하면 올바른 방향을 잡고 은혜롭고 진급하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성효 교무 / 원불교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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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감상과 심신작용처리건
학습상황과 계문의 범과 유무, 작업시간수, 수입·지출의 대조 등이 죄복의 결산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일기라면 심신작용처리건은 그와 같이 진행하게 된 원인, 과정, 결과를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기17년 발행된 〈보경육대요령〉에는 "심신작용의 처리건을 기재시키는 뜻은 사람의 죄와 복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요, 오직 사람 스스로의 마음과 몸으로 일을 작용하는 데 달렸는지라, 고로 이 작용 처리건을 기재시켜서 당일 내의 시비를 감정하여 죄복의 결산을 알게 하며 또는 시비이해를 알려서 천만 일을 작용할 때 취사의 권능을 얻게 함이요"라고 되어 있다.
원기13년 사업보고서에는 "처리건이라 하난 것은 공부인이 순역간 모든 경계를 당하야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를 먼저 한 후에 그 일을 처리하고 처리한 실경을 교무부에 제출하여 종사주의 감정을 마쳐 시비이해와 선후 경위를 밝혀준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경계를 당하여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를 먼저 한 후'와 '종사주의 감정을 마쳐 시비이해와 선후 경위를 밝혀줌'이다.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하되 실행의 세세한 과정까지 '일일이 문답하는'감정을 통해서 시비이해를 명확하게 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상시응용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주의사항, 일기법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물샐틈없이 공부하게 하신 원불교 공부법이다.
심신작용처리건을 기재할 때는 그날 하루의 심신작용을 그림 그리듯이 세세하게 기록하여 죄복을 결산하며, 시비이해를 밝혀서 옳은 것은 취하고 그른 것은 버리는 취사의 힘을 얻도록 해야 한다. 감각감상을 기재시키는 뜻은 대소유무의 이치가 밝아지는 정도를 대조하게 함이다. 감각은 접촉되고 감응하여 깨닫는 것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사물이나 경계를 대할 때 문득 자기의 마음속에 스스로 일어나는 깨달음, 또는 진리나 법문의 본의를 깨달아 아는 것으로 공부하는 가운데 불조들의 화두나 기타 의심건에 깨침이 있는 것을 말한다. 감상은 일상생활 속에서 사물이나 경계를 대할 때 마음속에 느껴지는 생각, 또는 진리나 이치에 대한 밝은 생각 등을 말한다.
감각감상을 많이 얻으려면 매사에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 큰 의심이 있어야 큰 깨달음이 있다는 산 증인이 바로 대종사이다. 며칠 전 두터운 흙더미를 이고 올라오는 수선화를 보았다. 평소 새싹은 연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보고 강한 생명의 힘에 깜짝 놀랐다.
공부심 없이 살면 감각감상이나 심신작용처리건이 별로 없고, 열심히 정진할 때는 아주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매사에 큰 의심을 가지면 깨달음도 깊어진다. 일기 기재는 내 공부의 자취요, 소중한 재산이 되므로 감각감상과 심신작용처리건 기재에 더욱 공을 들이자.
<민성효 교무 / 원불교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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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살리는 묘약
대종사께서는 상시응용 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일기법을 제정하여 물 샐 틈 없이 수행을 지도하셨다. 정기일기(작업시간, 수입지출, 심신작용처리 건, 감각감상)는 사리연구과목이고, 상시일기(유무념, 학습상황, 계문)는 작업취사 과목이다.
심신작용처리건과 감각감상을 기재하는데 있어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심신작용처리건은 자신의 몸과 마음의 취사를 감정하는 것이고, 감각감상은 경계를 대하여 일어나는 깨달음과 느낌을 기재하는 것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둘 사이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많고, 그러한 이유로 중복 기재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취사의 능력을 얻는 것과 대소 유무의 이치가 밝아지는 정도를 대조하는 것으로 그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한 편의 일기 기재에 있어서는 한 가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둘째, 간단명료해야 한다. 원불교의 일기는 문학작품이 아니다. 마음의 작용과 감각감상을 '기재'하는 것이다. 본인의 마음상태를 정확히 살피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문답과 감정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서툰 문장과 부족한 어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기감정은 작문 테스트가 아니다.
셋째, 사적인 내용은 상황과 처지에 맞게 공개하면 된다. 한 법사님이 미국교도와의 사적인 일기감정을 법회시간에 대중과 공유하여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병증을 솔직히 알려야 올바른 처방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스승님에게 마음병을 솔직하게 밝히는 것은 공부의 시작이다. 하지만, 자신의 공부정도와 주의의 상황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사생활의 범위는 달라진다. 사생활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동지들과 공유할 수 있는 마음 작용들도 얼마든지 있다. 단, 일원상 진리 앞에서는 120% 본인의 마음을 오픈하고 고백해야 한다.
일상이 단조로워서 일기를 쓸 거리가 별로 없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는 마음을 챙기지 않고 살고 있다는 말이고, 결국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예비교역자 시절에도 마음을 조금만 챙기면 일기거리는 무궁무진했다. 우리는 눈만 뜨면 심신을 작용하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살아간다. '아무리 살펴봐도 일기 꺼리가 없다'(?) 글쎄….
필자는 이런 저런 일들로 퇴굴심이 나거나 중생심이 나면 일기장부터 챙긴다. 정기일기거리를 찾기 위해 마음을 살피고, 감정을 위해 경전을 연마하고, 상시일기 대조를 통해 하루를 점검하면 생활이 정돈되고, 정돈된 생활은 마음의 정돈과 서원반조, 공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혹시라도 나태심이나 타성에 젖어 있다면 연초에 교무님께 받아 몇 달째 곱게 모셔놓고만 있는 일기장을 한 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미주서부훈련원>
★★★★★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