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인도품(人道品) 56장
대종경(大宗經)
제4 인도품(人道品) 56장
대종사 하루는 역사 소설을 들으시다가 말씀하시기를 [문인들이 소설을 쓸 때에 일반의 흥미를 돋구기 위하여 소인이나 악당의 심리와 행동을 지나치게 그려내어 더할 수 없는 악인을 만들어 놓는 수가 허다하나니 이도 또한 좋지 못한 인연의 씨가 되나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옛 사람의 역사를 말할 때에나 지금 사람의 시비를 말할 때에 실지보다 과장하여 말하지 말도록 주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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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이해[是非利害]
[개요]
옳고 그르고 이롭고 해로운 것. 즉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말한다. 대소유무가 우주의 진리를 설명하는 특유의 범주로서 이(理)로 통칭된다면, 시비이해는 인간의 현실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말하며 사(事)로 통칭된다.
[시비이해의 의미]
시(是)는 선 또는 정의, 비(非)는 악 또는 불의, 이(利)는 복락이나 행복, 해(害)는 죄고나 불행을 뜻한다. 인간은 이러한 시비이해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시비이해를 잘 알아야 한다. 《정전》 ‘사리연구’ 조항에서는 ‘이 세상은 대소유무의 이치로서 건설되고 시비이해의 일로써 운전해 가나니’라고 하여 시비이해는 사리연구의 대상이 됨을 말한다. 따라서 이 이치를 모르면 우연히 돌아오는 고락의 원인을 모를 것이며, 생각이 단촉하고 마음이 편협하여 생로병사와 인과보응의 이치를 모를 것이며, 사실과 허위를 분간하지 못하여 항상 허망하고 요행한 데 떨어져, 결국은 패가망신의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대소유무의 이치는 천조의 난측한 이치와 동일한 것으로써 고락의 원인, 생로병사와 인과보응의 이치, 사실과 허위를 분간하는 기준 따위를 망라하고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정전》 ‘팔조’ 가운데 ‘우’에 대한 설명에서 “우(愚)라 함은 대소유무와 시비이해를 전연 알지 못하고 자행자지함을 이름이니라”고 했다. 어리석음은 대소유무와 시비이해에 대한 어리석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리석음을 벗어나서 지혜를 밝히는 공부인 사리연구 공부가운데 정기훈련 11과목 중의 하나인 ‘의두’ 또한 “대소유무의 이치와 시비이해의 일이며 과거 불조의 화두 중에서 의심나는 제목을 연구하여 감정을 얻게 하는 것이니, 이는 연구의 깊은 경지를 밟는 공부인에게 사리 간 명확한 분석을 얻도록 함이요”(《정전》 정기훈련법)라고 하여, 의두의 대상이 대소유무의 이치와 시비이해의 일임을 밝히고 있다.
시비이해는 사리연구의 대상이므로 법위등급에서도 법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출가위 조항에는 ‘대소유무의 이치를 따라 인간의 시비이해를 건설하며’라고 하여 대소유무의 이치와 시비이해의 일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소태산대종사의 일상생활 가운데 경전을 발견하라는 법문 또한 대소유무와 시비이해의 구도로 전개하고 있다. “무릇, 경전이라 하는 것은 일과 이치의 두 가지를 밝혀 놓은 것이니, 일에는 시비이해를 분석하고 이치에는 대소유무를 밝히어, 우리 인생으로 하여금 방향을 정하고 인도를 밟도록 인도하는 것이라, 유교 불교의 모든 경전과 다른 교회의 모든 글들을 통하여 본다 하여도 다 여기에 벗어남이 없으리라.
그러나 일과 이치가 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곧 일과 이치 그것이니 우리 인생은 일과 이치 가운데에 나서 일과 이치 가운데에 살다가 일과 이치 가운데에 죽고 다시 일과 이치 가운데에 나는 것이므로 일과 이치는 인생이 여의지 못할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며 세상은 일과 이치를 그대로 펴 놓은 경전이라, 우리는 이 경전 가운데 시비선악의 많은 일들을 잘 보아서 옳고 이로운 일을 취하여 행하고 그르고 해 될 일은 놓으며, 또는 대소유무의 모든 이치를 잘 보아서 그 근본에 깨침이 있어야 할 것이니, 그런다면 이것이 산 경전이 아니고 무엇이리요. 그러므로 나는 그대들에게 많고 번거한 모든 경전을 읽기 전에 먼저 이 현실로 나타나 있는 큰 경전을 잘 읽도록 부탁하노라”(《대종경》 수행품23)고 했다.(원불교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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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하여 말하지 말라]
<장원경 교무/담양교당>
서양속담에 '두더지가 파놓은 흙 두둑을 산으로 만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과장하지 말라는 뜻이다.
대종사는 〈인도품〉 56장에서 문인들이 소설을 쓸 때 일반의 흥미를 끌기 위해 소인이나 악당의 심리와 행동을 지나치게 그려내어 더할 수 없는 악인을 만드는 것은 좋지 못한 인연의 씨가 된다 하고, 옛 사람의 역사를 말할 때에나 지금 사람의 시비를 말할 때에 실지보다 과장해 말하지 말도록 했다.
상품도 과장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이 시대에, 하물며 사람의 역사나 시비를 과장하는 행위나, 독자층이 넓은 도서나 대중 언론의 과장 행위는 무거운 악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최상급의 단어로 극단적인 주장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은 진리를 왜곡하지 않기 위해서나 판단력을 의심 받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과장하는 사람은 스스로 품위를 해치고 지식이나 판단의 편협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방송에서 가끔 시청률을 의식해 극중 인물을 지나치게 과장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종사는 가공의 인물에 대해서도 인과를 적용시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시청자나 독자들이 내용을 보고 과도하게 반응하게 되거나 악한 마음을 갖게 되므로 간접적으로 업을 짓게 되는 것을 방지하게 하신 것이 아닐까!
사항에 따라 과장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심하면 본질을 벗어나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요훈품〉 29장에서 대종사는 '빈 말로 남에게 무엇을 준다든지 또는 많이 주었다고 과장하여 말하지 말라. 그 말이 도리어 빚이 되고 덕을 상하나니라. 또는 허공 법계에 빈말로 맹세하지 말라. 허공 법계를 속인 말이 무서운 죄고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직접 상대를 보고 과장하는 것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진리전에 과장하는 것조차 인과의 원리에 근거해 금지한 가르침으로 머리가 숙여진다.
〈세상을 보는 지혜〉의 저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과장은 거짓말과 가까운 사이라며 과장되게 말하는 것을 경계했다. 과장하는 말에는 진실이 없다. 언젠가 진실이 드러나면 설 곳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어떤 사미가 늙은 비구의 경 읽는 소리를 비웃어 개 짓는 소리 같다고 했다. 비구가 사미에게 곧 참회토록 하여 사미가 지옥에 떨어지는 것만은 면하게 했으나, 개로 몸을 다시 받아 태어나는 것만은 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도에 벗어난 말 한마디의 해가 이처럼 크다.
순간 과장의 표현을 삼가는 것이 계문이나 유·무념으로 지켜진다면…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