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불공하는 법(佛供-法)
정전(正典)
제3 수행편(修行編)
제10장 불공하는 법(佛供-法)
과거의 불공 법과 같이 천지에게 당한 죄복도 불상(佛像)에게 빌고, 부모에게 당한 죄복도 불상에게 빌고, 동포에게 당한 죄복도 불상에게 빌고, 법률에게 당한 죄복도 불상에게만 빌 것이 아니라, 우주 만유는 곧 법신불의 응화신(應化身)이니, 당하는 곳마다 부처님(處處佛像)이요, 일일이 불공 법(事事佛供)이라, 천지에게 당한 죄복은 천지에게, 부모에게 당한 죄복은 부모에게, 동포에게 당한 죄복은 동포에게, 법률에게 당한 죄복은 법률에게 비는 것이 사실적인 동시에 반드시 성공하는 불공 법이 될 것이니라.
또는, 그 기한에 있어서도 과거와 같이 막연히 한정 없이 할 것이 아니라 수만 세상 또는 수천 세상을 하여야 성공될 일도 있고, 수백 세상 또는 수십 세상을 하여야 성공될 일도 있고, 한 두 세상 또는 수십 년을 하여야 성공될 일도 있고, 수월 수일 또는 한 때만 하여도 성공될 일이 있을 것이니, 그 일의 성질을 따라 적당한 기한으로 불공을 하는 것이 또한 사실적인 동시에 반드시 성공하는 법이 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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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법[佛供法]
[개요]
불공하는 방법. 불교에서는 등상불(等像佛)이 죄복을 내려주는 것으로 믿어 등상불에게만 불공을 주로 했으나, 원불교에서는 당처 당처에 사실적ㆍ진리적ㆍ실제적ㆍ효과적으로 불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불공의 의미]
‘불공’이란 불교적 의미로서 ‘부처님께 헌공하는 공물’이라는 뜻이며, ‘불전공양’의 준말이라고도 한다. 불타 재세 시에 제자들이 부처님께 공경하여 수용품이나 음식ㆍ꽃ㆍ향 등을 바치는 의식을 말하며, 불멸후에는 불상 앞에 공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일경》 ‘공양염송품’에서는 “공양하는 물품은 오신채나 주육 등 부정한 것을 피하며, 공양하는 그릇은 금ㆍ은ㆍ동ㆍ철ㆍ자기 등을 사용하며 다른 것은 사용할 수 없다.
불단에 올린 공양물은 하루에 한 차례씩 바꾸어야 하며 과자 등은 3일에 한 번 바꾸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재물을 많이 들여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법회를 재(齋)라 하고 일반적으로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을 불공이라 한다. 이와 같이 불공이란 부처님의 가피를 얻기 위해 정신ㆍ육신ㆍ물질로 불전에 정성을 바치는 일이라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의미의 불공은 불상 앞에 공경심과 정성심으로 공물을 바치며 부처님의 은덕을 입도록 기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겠다.
[불공의 역사]
초기 불교도들은 불타의 모습을 조상하는 것을 고의적으로 피했다. 최초의 불교미술품인 바르후뜨(Bharhut)나 산치(Sanchi)의 유품들을 보면 불타의 전기나 《자타카》의 이야기 중에서 유명한 것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 미술품 가운데 석존의 모습은 없었다. 있어야 할 곳은 공백이든지 아니면 천개(天蓋)나 계단의 발자국 등 다른 사물을 묘사하여 석존을 암시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따라서 석존 재세시, 까우샴비(Kauśāmbī)의 우데나(Udena, Udyana)왕의 신하들이 왕을 위해 불상을 만들었다는 전설은 불상제작의 기원으로 삼기 어렵다. 그러나 1세기 말 무렵부터 간다라에서 여러 조각들이 만들어지면서, 그 영향을 받아 불상이나 보살상이 제작되었고 이들 불상은 불교사회에서 환영을 받았으며, 이에 불상의 제작과 존숭은 불교신앙의 핵심을 차지하기에 이른다.
거의 같은 시기인 기원 후 2세기 무렵에 마투라(Mathurā)를 중심으로 번성한 마투라 미술에서도 불상 제작 등 조형 활동이 시작되었다. 불상 제작과 더불어 기원 전후 활성화 된 불탑신앙 등은 자연스럽게 공양을 올리는 의례로 발전하게 되고, 불교도들은 이를 총체적으로 불공이라 불렀을 가능성이 있다. 불교에서 불공의 기원은 최고의 목표인 부처가 되는 수행을 하기 위한 자량을 공급받아 육신과 정신을 길러 나간 데에서 유래하지만, 이같은 유래를 지닌 공양은 공양공덕, 곧 남에게 공양을 하도록 한 공덕의 의미가 부과되면서부터 각종 공양 행위가 불교의례 행위의 핵심이 되어 발전해 나가게 된다.
[불교의 의례와 불공]
불교의례의 유형은 흔히 선정형(禪定形) 의례와 기도형 의례로 구분된다. 여기서 전자는 일상생활 그대로가 의례이며 일상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이 의례의 집행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 선정형 의례는 일상생활과 의례를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고 처음부터 동일시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선정삼매의 수행에 의하여 종교의식의 본질인 자기의 생명에 즉입하여 그 실체를 파악ㆍ실증하고 무상지견을 계발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수행자의 일상생활 그대로가 최고의 문화가치를 지니며 존귀ㆍ무상의 생명이며, 선정 그대로가 종교의례 자체로서 평가되어도 좋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기도형 의례는 범부의 입장에서 부처에게 공양하고 그 가호를 발원한다는, 곧 범부로부터 부처에 지향한다는 입장을 지닌다. 따라서 종교적 객체인 부처에게 봉사하고 그 가호를 얻고자 하는 대타적 요청형식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한다면, 기도형 의례는 불보살로부터 가피위력을 얻고자 하는 방법을 행하는 것이다. 선정형 의례는 향상문(向上門)적 형태라면 기도형 의례는 향하문(向下門)적 형태라 할 만하다. 불교에서 공양의 의미가 강조되고 따라서 공양의례가 발전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유형의 불교의례 중 기도형 의례에 속한다. 곧 불교의 공양의례는 곧 기도형 의례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도형 의례인 공양의례는 불교의 본질에서 보면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곧 불전에 공양을 올림을 통하여 부처는 가시적 형상을 갖는 여러 가지 불격(佛格)으로 나타나고, 한편 범부는 부처에 가까워진다는 것, 곧 범부의 불격화와 부처의 유한화가 조화하여 서로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의 본질은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가까워진 이원적 주격은 일원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여기서 선정형 의례가 필요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양의 의미는 특별히 따로 공양의례를 행하지 않아도 그 스스로가 정보리심(淨菩提心)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불교의 공양은 스스로의 정신을 길러 부처가 되는 면이 중요한 것으로, 각종 공양의례가 발전되어 오기는 했으나 종국에는 형식적인 의례 행위를 초월하여 공양자체의 본질에 직입한 공양심을 갖게 되는 것이 목표이다.
[원불교의 불공법]
원불교에서 말하는 불공의 의미는 직접 법신불전에 서약하고 기도하는 기도형 불공뿐만이 아니라, 보은ㆍ작복하는 실천적 신앙생활까지를 망라한 광범위한 의미가 있다. 곧 원불교 불공의 의미는 법신불의 은혜와 위력을 얻기 위한 진리적 소원성취뿐만 아니라, 정신ㆍ육신ㆍ물질로 현실 세상에서 복됨을 창조하는 것까지를 폭넓게 망라한 신앙행위를 포함한 개념이다. 소태산대종사의 불공관은 처처불상ㆍ사사불공으로 대표되는데, 처처불상의 사상은 종래에도 찾아볼 수 있으나 사사불공은 매우 독창적인 특성을 지닌다. 교리 형성과정상에서 볼 때 소태산은 전통불교의 신앙적 측면이 지니는 문제점을 두 가지로 지적했는데 하나는 불상숭배의 폐단이며, 다른 하나는 불공법의 비합리성이다.
소태산은 1919년(원기4) 10월 6일 저축조합의 이름을 고쳐 불법연구회 기성조합이라고 한 후 모든 기록에도 일제히 불법의 명호를 쓰게 하고 말한다. “이제 우리의 배울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요, 후진을 가르칠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니 그대들은 먼저 이 불법의 대의를 연구해서 그 진리를 깨치는 데에 노력하라.…또한 불공하는 법도 불공할 처소와 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불공하는 이의 일과 원을 따라 그 불공하는 처소와 부처가 있게 되나니 이리 된다면 법당과 부처가 없는 곳이 없게 되며 부처와 은혜가 화피초목 뇌급만방하여 상상하지 못할 이상의 불국토가 되리라”(《대종경》 서품15).
이는 불법을 주체로 삼는다는 천명인 동시에 원불교 불공법의 특징을 제시하는 법문이라 하겠다. 또한 소태산은 불상의 폐단을 시대에 대한 전망에 근거하여 등상불을 숭배하는 것이 교화발전에 혹 필요가 있을지 모르나 인류의 지견이 발전함에 따라 진리불 자체를 숭배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류의 지견이 장년기에 들어 사리 분별이 명확해지고 합리적인 사고가 지배하게 되므로, 인격 신앙에서 진리신앙으로 전환하게 될 것을 예견하고 등상불을 모실 것이 아니라 천지 만물 허공법계를 다 부처님으로 모시는 의미로 법신불 일원상의 숭배를 주장했다.
또한, 재래 불공의 비합리성을 지양하고 합리적인 불공의 방식을 밝혀 일의 성질에 따라 기한을 정하여 이루는 불공법을 강조했다. 1939년(원기24) 11월에 《불법연구회근행법》에서 처처불상ㆍ사사불공이라는 표어가 ‘교리도’의 신앙문에 나타나게 되며, 1943년(원기28) 3월에 발행된 《불교정전》에서는 ‘불공하는 법’이 정식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1962년(원기47) 9월에는 현행의 《정전》 제10장 ‘불공하는 법’으로 편제되었다.
[원불교 불공법의 종류]
원불교의 불공법에는 진리불공과 당처불공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① 진리불공
형상 없는 허공법계를 통하여 법신불께 올리는 불공이다. 몸과 마음을 재계하고 법신불을 향하여 각기 서원을 세운 후 일체 사념을 제거하고 선정에 들든지, 또는 염불과 송경을 하든지, 또는 주문 등을 외어 일심으로 정성을 올리는 것이다(《대종경》 교의품16). 그 대표적인 방법은 심고와 기도이다. 심고와 기도는 법신불 일원을 신앙함으로서 즐겁고, 괴롭고, 좋고 나쁜 모든 경계와 결정하기 어려운 일을 당하여 법신불의 은혜와 위력을 힘입고자 기원하면서 자기 실천을 서약하는 신앙생활의 방법이다.
이를 행하면 자신할 만한 타력을 입게 된다. 소태산은 심고와 기도에 대하여 “이 원만한 사은으로써 신앙의 근원을 삼고 즐거운 일을 당할 때에는 감사를 올리고 괴로운 일을 당할 때에는 간사하고 망녕된 곳으로 가지 않도록 심고와 또는 설명기도를 하자는 것이니”(《정전》 심고와 기도)라고 말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심고와 기도는 행복의 감사, 사죄의 참회, 결정의 기원, 타락의 경계 등으로 요약된다.
② 당처불공
사실불공 또는 실지불공이라고도 하며 현실 속에서 불공의 공효가 나타나도록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원불교 신앙의 대상인 본존은 법신불이며, 우리 육근 동작의 직접적 대상인 사은이 법신불의 응화신이므로 우리의 행동에 응하여 죄복을 나타내는 권능자로서의 처처불상임을 믿고, 어느 곳 어느 때에나 그 대상과 일과 성질에 따라 정신ㆍ육신ㆍ물질 삼 방면으로 직접적인 불공을 드려 사사불공을 함으로써 현실적으로 복락을 장만하자는 것이 당처불공의 요지이다.
불공의 대상이 되는 사은은 우주의 현상적 존재를 파악하는 범주로서, 일원상 진리의 구체화라 할 수 있다. 소태산은 일원의 진리가 삼라만상으로 존재하는 중에 은으로서 나타나며, 사은의 무한생성의 은혜는 지극히 공정하고 원만한 인과적 이법을 통하여 발현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므로 은혜를 입고 있으므로 그 은혜를 발견하여 보은하는 것이 곧 불공이라는 것이다.
[원불교 불공법의 특징]
원불교 불공의 특징은 일곱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자력과 타력을 아우르는 불공법이다.
일원의 진리는 무소부재하여 자타의 한계가 없으나 인간적 현실에 있어서는 자ㆍ타력의 구분이 있게 된다. 우선 일원의 진리가 자아본성에 내재하여 있음을 전제하고 인간본성의 절대긍정 하에 진리적 인격을 구현해가는 길을 자력적 신앙의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각자의 마음을 깨달으며 양성하며 사용하자는 일원상의 수행길을 신앙적 견지에서 불공이라 본 것이다. 이를 위해 자성불신앙의 실천도로서 정신수양ㆍ사리연구ㆍ작업취사의 삼학병진이 강조되며 그 총괄로서 무시선ㆍ무처선이 강령이 된다. 일원의 타력적 신앙의 측면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일체중생의 근원인 법신불의 무한한 은혜와 위력의 감응 속에 살아가는 신앙적 모습을 말한다. 이를 불공적 입장에서 진리불공이라고 한다.
② 인과보응의 원리에 바탕한 불공법이다.
인과보응이란 우주의 진리를 따라 강ㆍ약이 서로 관계하고 선ㆍ악의 짓는 바에 따라 진급ㆍ강급과 상생ㆍ상극의 과보가 있게 되는 원리를 말한다. 같은 인이라도 불공하는 주체와 그 방법의 차이와 작용에 따라, 곧 연의 만남에 따라 다른 과가 나타나는 것이 인과의 원리이다. 소태산은 이러한 상대성을 시사하여 불공하는 주체는 대타적으로 상대에 따라 적절한 불공을 하며, 대자적으로 자신도 관념과 상을 갖지 않도록 하여 불공의 효력을 극대화 하도록 했다.
③ 처처불상 신앙에 기반한 불공법이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은 원불교 신앙의 특징이다. 소태산은 진리적이고 사실적인 신앙을 위해 모든 사람이 실천해야 할 행동강령으로 불공법을 제시했으며 그 원리와 내역을 처처불상 사사불공으로 표현했다. 곧 “과거의 불공법과 같이 천지에 당한 죄복도 불상에게 빌고, 부모에게 당한 죄복도 불상에게 빌고, 동포에게 당한 죄복도 불상에게 빌고, 법률에게 당한 죄복도 불상에게만 빌 것이 아니라, 우주만물도 곧 법신불 응화신이니 당하는 곳마다 부처님”(《정전》 불공하는 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바로 처처불상의 진리관을 밝힌 내용이다. 이러한 법신불성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사은 전체를 신앙의 대상으로 하여 부처님의 은덕이 나타나게 하라는 것이 처처불상 신앙이다.
④ 시대에 적절한 불공법이다.
과거 인지가 미개했을 때는 등상불을 섬김으로써 불공을 했지만 앞으로는 등상불에 대한 위력의 각성이 생겨나 사사물물 당처 당처가 곧 나에게 죄와 복을 주는 이치를 알게 되니 당체인 처처만물을 부처님으로 여기고 신앙하라는 소태산의 말은 인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교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으로 간주된다. 소태산은 새로운 시대에 적절한 새로운 교법으로서 불공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⑤ 신앙문과 수행문을 병진하게 한 불공법이다.
불공법은 사은에 대한 구체적인 보은생활을 말한다. 신앙문과 수행문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불공의 심경으로 생활화하자는 것이 바로 ‘보은즉불공’의 핵심이다.
⑥ 사요 실천으로서의 사회 불공법이다.
사요는 현실사회의 병폐요인을 진단하여 자력과 타력을 병행하고 수도와 생활을 병행하며, 개인과 사회를 병행 발전케 하여 적극적으로 사회발전에 참여하는 길이다. 이는 개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집단적 관계를 개선하는 불공의 방법으로써의 성격을 지녔다.
⑦ 진리불공과 사실불공을 병진하게 한 불공법이다.
소태산은 “불공하는 법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사은당처에 직접 올리는 실지불공이요, 둘은 형상 없는 허공법계를 통하여 법신불께 올리는 진리불공이라, 그대들은 두 가지 불공을 때와 곳과 일을 따라 적당히 활용하되 그 원하는 일이 성공되도록까지 정성을 계속하면 시일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루지 못할 일은 없으리라”(《대종경》 교의품16)고 밝혔다. 진리불공이란 심고ㆍ기도 등을 통하여 법신불께 올리는 마음불공이라면, 사실불공은 현실생활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은혜를 창조하는 당처불공이다. 소태산은 이 두 가지 불공을 병행하여 조화를 이루도록 가르쳤다.(원불교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