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품(佛地品) 19장
대종경(大宗經)
제8 불지품(佛地品) 19장
한 제자 사뢰기를 [방금 서울에서 큰 박람회(博覽會)를 개최 중이라 하오니 한 번 관람하고 오심이 어떠하오리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박람회는 곧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여 사·농·공·상의 진보된 정도를 알리는 것이요, 또는 견문을 소통하여 민지의 발달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니, 참다운 뜻을 가지고 본다면 거기에서도 물론 소득이 많을 것이나, 나는 오늘 그대에게 참으로 큰 박람회 하나를 일러 주리니 잘 들어 보라. 무릇, 이 박람회는 한 없이 넓고 커서 동서 남북 사유(四維) 상하가 다 그 회장이요, 천지 만물 그 가운데 한 가지도 출품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개회 기간도 몇 억만 년이든지 항상 여여하나니, 이에 비하면 그대의 말한 바 저 서울의 박람회는 한 터럭끝만도 못 한 것이라 거기에서 아무리 모든 물품을 구비 진열한다 할지라도, 여기서 보는 저 배산이나 황등 호수는 옮겨다 놓지 못할 것이요, 세계에 유명한 금강산은 출품하지 못하였을 것이며, 또는 박물관에는 여러 가지 고물을 구하여다 놓았다고 하나 고물 가운데 가장 고물인 이 산하 대지를 출품하지는 못하였을 것이요, 수족관에는 몇 가지의 어류를 잡아다 놓았고 미곡관에는 몇 가지의 쌀을 실어다 놓았다 하나 그것은 오대양의 많은 수족 가운데 억만 분의 일도 되지 못할 것이며 육대주의 많은 쌀 가운데 태산의 한 모래도 되지 못할 것이요, 모든 출품이 모두 이러한 비례로 될 것이니, 큰 지견과 너른 안목으로 인조의 그 박람회를 생각할 때에 어찌 옹졸하고 조작스러움을 느끼지 아니 하리요. 그러므로, 이 큰 박람회를 발견하여 항상 이와 같은 도량으로 무궁한 박람회를 구경하는 사람은 늘 무궁한 소득이 있을 것이니, 보는 대로 얻을 것이요 듣는 대로 얻을 것이라, 그러므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모든 부처와 성현들은 다 이 무궁한 박람회를 보아서 이 회장에 진열된 대소 유무의 모든 이치를 본받아 인간의 시비 이해를 지어 나가시므로 조금도 군색함이 없었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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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四維]
① 나라의 유지에 필요한 네 가지 수칙. 곧 예·의·염·치(禮義廉恥).
四維不張國乃滅亡(사유부장국내멸망 ; 사유가 넓혀지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한다.)<관자管子 목민牧民>
② 네 방위(方位). 건(乾, 서북), 곤(坤, 서남), 간(艮, 동북), 손(巽, 동남).<소학감주小學紺珠>(한시어사전)
도량[道場]
(1) 원불교의 교법을 펼치고 마음을 닦는 장소, 곧 법도량. 소태산대종사가 탄생ㆍ대각한 전남 영광을 비롯하여 중앙총부와 전국 각 교당과 기관을 의미한다. 그러나 원불교의 교법은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정신을 강조하므로 넓은 의미에서는 이 세상 어디나 다 도량이다. 즉 세속과 도량을 구별하지 아니한다.
(2) 불보살이 도를 얻기 위해 수행하거나 도를 깨달은 장소. 곧 석가모니불이 대각 성도한 땅이나 염불ㆍ좌선ㆍ송경ㆍ기도 등을 하는 곳. 일반적으로 사원을 도량이라 한다.
(3) 도를 수행하는 마음. 《유마경》에 ‘바른 마음이 곧 도량(直心是道場)’이라 했다. 그러므로 수행인은 각자의 마음속에 도량을 갖고 있는 것이다.
(4) 고려시대에 왕이 국가의 평화와 왕실의 번영을 빌기 위해 마련한 승려들의 모임. 국태민안과 번영을 빌거나, 천재지변ㆍ질병 등의 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도량을 자주 베풀었다.
(5) 무술을 통해 몸을 단련하는 곳은 같은 한문을 쓰고 도장이라고 읽는다.(원불교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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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큰 박람회]
<김준안 교무/원광디지털대학교>
내가 류시화씨가 쓴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을 읽은 것은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도 가끔씩 다시 읽어보는 부분이 있다. 류시화씨가 인도 여행 중에 한 스승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적어 놓은 부분이다.
"그대, 더 이상 부처 아닌 체하며 살지 말라! 잠든 사람은 깨우기 쉽지만,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가 없는 법이다. 그대, 차라리 깊이 잠들라. 아니면 자신이 이미 깨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대가 부처가 아닌 체 행동한다면, 누구도 그대를 부처이게 할 수 없다."
원불교 교법을 공부하는 독자들은 모두 자신이 '본래 부처'임을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오늘은 모든 부처와 성현들이 보는 '무궁한 박람회'에 대해 공부해보자.
하루는 한 제자가 대종사께 서울에서 개최 중인 박람회를 한 번 관람하시는 것이 어떠실지 여쭈었다. 이에 대종사께서는 '참으로 큰 박람회' 하나를 일러 주시겠다고 하셨다. 대종사께서 말씀하신 '참으로 큰 박람회'는 한 없이 넓고 커서 동서남북 사유상하가 다 그 회장이며, 천지 만물 가운데 한 가지도 출품되지 않은 것이 없고, 개회 기간은 몇 억만 년이든지 항상 여여하다고 하셨다. 요컨대 '무궁한 박람회'의 회장은 우주 전체이고, 진열품은 모든 천지 만물이며, 개회 기간은 영원하다는 것이다.
대종사께서는 인조의 박람회도 참다운 뜻을 가지고 본다면 물론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지만, 이와 같은 무궁한 박람회를 구경하는 사람은 늘 무궁한 소득을 얻을 것이라 하셨다. 즉 인간이 개최하는 박람회는 어떠한 종류의 박람회든 그 박람회를 보고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제한적이지만, 무궁한 박람회를 보면 그 범위 자체가 무한하기 때문에 소득 또한 무한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종사께서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모든 부처와 성현들은 다 이 무궁한 박람회를 보아서 이 회장에 진열된 대소유무의 모든 이치를 본받아 인간의 시비이해를 지어 나가시므로 조금도 군색함이 없었다"고 하셨다.
즉 부처와 성현들은 우주 대자연의 활동을 보고 대소유무의 이치에 근거하여 인간의 시비이해를 판단하므로 조금도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우리도 도문에 들어온 이상 '무궁한 박람회'를 한 번 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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